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갑자기 너무 낯설다.
지금의 내가 낯설다.
이 나이에 신입사원처럼 여기서 4개월째 일하고 있다.
소통할 그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니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감정과 이성이 따로따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나가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나는 둘이었을까?
그동안 내 안의 둘이서 서로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 것이었을까.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내 안의 둘의 전쟁 때문이었을까.
외부의 그 무엇 때문에 힘들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결국은 범인이 나였단 말인가.
이제는 서로 견제하지 않는 것인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여유가 생긴 것일까.
내공이 생긴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이것이 평화일까.
이 공존이 왠지 썩 안심되지는 않는다.
감정과 이성이 언제 독점권을 휘두를지 모를 일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그때 가서 조율하면 된다.
나는 하나이고 싶어 방황했다. 둘이라는 것을 수긍하니 잔잔해졌다.
사실 둘만이 아니다.
나는 여럿이다.
어째서 나는 하나이려고만 했을까.
참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싶다.
무수한 시간들을 소비하고 나서야 그 하나를 알게 되다니.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나를 알았으니 이젠 무엇을 해야 하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무엇을 할 열정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과의 치열한 전쟁에 에너지를 너무 소진한 것일까.
차오르는 힘이 없다.
소소한 에너지로라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