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까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혼잣말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혼잣말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이들이 혼잣말을 한다. 모두들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요즘 하는 혼잣말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듯이 아주 크게 하고 있다. 급한 김에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이전에 가끔 어머니가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잣말을 해서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을 나의 딸이 나한테 하고 있다. 아침에 안경을 찾느라고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딸아이가 찾아 주어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다. 찾은 안경을 건네주면서 혼잣말을 너무 크게 해서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찾은 안경을 쓰면서도 여전히 혼잣말을 크게 하고 있었다. ‘나 왜 이러냐?’ 내가 봐도 황당하다.
왜 혼잣말을 그리 크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회사에서 나이 든 상사가 혼잣말을 엄청 크게 해서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은데 세세하게 알게 되어 엄청 짜증이 났다. 저런 민폐적인 혼잣말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회사에서는 잘하지 않는 혼잣말을 집에 와서는 아주 대놓고 하고 있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서 밖으로 내뱉는 것이 혼잣말일까. 누군가 들어주기를 원하는 것일까. 들어주기를 원하면 그냥 상대방을 보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왜 혼잣말을 하는 것일까.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일까. 때론 속으로만 생각하면 답답해지는데 밖으로 내뱉으면 무언가 편해지는 경향은 있다.
혼잣말은 남들에게 들린다는 것이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굳이 대답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건 자신과의 대화인가. 이렇게 계속해도 될까. 혼자서 싸우듯이 화를 내며 말하고 웃기도 하면서 허공에 대고 삿대질까지 하며 말하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지는 않은데 혼잣말이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왜 그럴까?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정상일까? 맛이 가고 있는 것일까? 멈출 수는 있는 것일까?
검색해 보니 첫째, 혼잣말이 자기 소리인지 환청인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환청일 경우는 정신이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혼잣말의 내용을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셋째, 혼잣말의 내용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살펴보고 넷째, 그 혼잣말이 자신한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확인해 보고 다섯째,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나이 들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기 확신이 줄어들어 아마도 자기 확인용으로 혼잣말이 늘어난 것은 아닐까 싶다. 깊이 없는 반복적인 수다가 때론 말의 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가장 허물없는 친구나 형제자매에게 전화 수다가 최고인 것 같다. 만나서 몇 시간 동안 떠들고도 아쉬워 집에 가서도 전화로 한 시간 이상을 수다를 한다 하지 않는가. 남녀를 불문하고 이런 수다는 같은 것 같다. 여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이와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 나이 들어 갈수록 남녀는 중성화가 되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혼잣말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이 혼잣말이 병증으로 이어질까 봐 민폐를 끼칠까 봐 염려하는 것이다.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좀 억울하거나 바보 같아 보일 때는 속상해서 혼잣말을 한다. 또 성가신 자질구레한 일들을 해야 할 때 자신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주로 자신에게만 인지되는 중얼거림 정도의 혼잣말이 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