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가 백지이다.
그동안 무엇을 생각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것이 없다.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머리는 머리일 뿐이다.
나와 상관없는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는 나의 뇌이다.
나의 의도를 전혀 상관하지 않고 뻗대고 있는 나의 뇌의 존재감이 나를 밀어내고 있다.
나는 누구이며 나의 뇌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나의 뇌가 내 소관이 아니라면 나의 소관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뇌하고 상관없는 내가 진정 나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손도 따로 발도 따로 허리도 따로 위도 허파도 하물며 항문도 다 내 소관이 아닌 듯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 모든 것들이 존재감을 발휘할 때 진정 나라는 존재감은 사라지고 없다.
머리보다 잘났다고 뻐기던 꼬리가 이끄는 대로 가서 불타 죽은 뱀처럼 나의 뇌는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망했다.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할 줄 알았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게 소속된 모든 것들이 협조를 안 하니 나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뿔뿔이 분산되어 나 몰라라 하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달래야 협조를 할까. 언제까지 기다려 주어야 할까. 막막하다.
그래도 너희를 믿기에 한 발 내디뎌 본다.
모른 척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너희들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그 본능적인 연결이 나를 존재하게 만든다.
나의 모든 것들이 나와 연결되어 있듯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혼자인 것 같지만 세상과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따로국밥처럼 각자 홀로 가지만 연결되어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