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수박
무더운 여름이네요.
시원 달달한 수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계절이지요.
칼날만 대도 쩍 벌어지면서 농익은 빨간 속살을 드러내는 수박을 사기가 힘들지요.
백 수박을 보셨나요.
겉은 초록색이고 안은 빨간색이 수박이지요.
분명 진한 초록 줄무늬까지 있는 초록인데 속이 하얀색이 백 수박이지요.
수박과 다른 종이 아니라 아직 덜 익은 수박이 안타까워 부르는 이름이 아닐까 싶네요.
제사상에 올리라고 오촌 당숙모가 오래간만에 커다란 수박을 사 오셨지요.
모두들 기대에 차서 수박을 잘랐지요. 수박이 빨간색이 아닌 하얀 속을 드러냈어요.
말만 들었던 백 수박을 처음 본 순간이었지요. 정말 수박 속이 하얗더랬지요.
씨까지 하얀 수박이 너무 신기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마땅치 않았던 엄마는 일부러 고르려 해도 고르기 어려운 수박을 사 왔다며 눈치를 주었지요.
하하하 웃으시는 당숙모의 웃음 뒤로 백수 박은 두엄자리에 올라갔지요.
미운 놈이 미운 짓만 한다며 엄마는 부엌에서 계속 투덜거렸지요.
어차피 먹을 것 많은 제삿날이라 수박을 못 먹어도 아쉽지는 않았어요.
그 뒤로 백 수박을 살까 봐 엄청 고심하며 수박을 고르게 되었지요.
수박장사가 내가 수박 전문가인 줄 알았대요.
난 그냥 백 수박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리저리 살펴본 것뿐인데요.
늙은 호박만큼이나 무거운 수박을 잘 못 고르면 되물릴 힘이 없거든요.
그 무거운 수박을 다시 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지요.
무더운 여름에 수박은 정말 아삭아삭 시원 달콤하지요.
하얀 수박 안돼요.
빨간 수박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