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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Jul 22. 2021

말짱한 하늘

무더위


요즘 하늘이 심상치 않다. 너무 더워서 걷다가 올려다본 하늘이 완전 예쁘다. 하늘 아래서 더위에 허덕이는 나에 비해 내 위 하늘은 말짱하다 못해 너무 화창하다. 무엇이 그리 견디기 어려웠던가 싶게 불볕더위에 달구어진 내 마음에 하늘이 들어왔다.     


하늘이 내게 말을 건다. 내가 먼저 놀자 했을까. 단 몇 초이지만 지루했던 하루를 날려버린 하늘이 좋다. 퇴근길 컴컴한 지하를 지하철 타고 몇십 분을 달려오니 그 사이 한바탕 비가 쏟아져 내렸나 보다. 소나기 내린 뒤 세상은 대청소하고 기다리는 집처럼 청결하다.     


무더위에 시달리는 생명을 위해 소나기는 하늘의 선물 같다. 그걸 모르고 지나갈까 봐 아직까지 남은 비를 내게 조금씩 뿌리주고 있다. 감사하다. 더위의 극성에 한바탕 내린 비는 금방 마른다. 잔여 비를 맞아도 젖지 않아 좋다.     


평소보다 느릿하게 걸어본다. 나 말고 다른 이들은 이 하늘의 뜻을 어찌 받아들일까 궁금해 사방을 둘러본다. 꽃들도 풀들도 나무들도 모두 좋아하고 있다. 산책 나온 동물들도 좋은가 보다. 


소나기로 하루의 무거움에서 벗어나서 좋다. 소나기로 반짝거리는 것들을 멈춰 서서 몇 컷 찍어 둔다. 사진 찍어 저장해 두니 부자가 된듯하다. 마음에 담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사진으로 봐야지. 집에 가서 이리저리 보내고 또 하루가 시작되고 가다 보니 잊고 있었다.      


오늘 누군가의 글을 보다 내 하늘 사진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꺼내 본다. 그때처럼 청명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때 마음을 울리던 청명함이 떠올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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