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들
하루 종일 감정에 허우적거리다. 그 감정들이 소통이 되지 못해 가슴으로 머리로 모여들어 어깨를 짓누른다. 무거워진 머리를 감당하느라 목과 어깨가 고생이다. 마구잡이로 아무 데나 흘려보내버리고 벗어나고 싶다. 구덩이라도 파서 묻어버리고 싶은데 두더지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 묻어버린다고 묻어지는 것도 아니고 너부러진 집안처럼 머릿속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이성적이고 쿨하고 싶은데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감정이 통제가 안 되어 자존감이 갈가리 찢기는 기분이다. 그런 때 그런 날을 없는 날로 잊어버리고자 술을 마시지만 술을 이겨먹고 나를 이겨먹는 감정이다. 잠시 잊을지 몰라도 가슴 깊이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더 큰 복병이 되어 나를 덮친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까발리고 헤쳐서 정돈하는 것이 더 쿨하게 잊는 지름길일 것이다. 알면서도 쉽게 가고 싶어 이리저리 헛짓을 해댄다.
내게 감정을 불러일으킨 주변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냥 존재할 뿐이다. 그런 주변을 내가 선택하여 감정들이 생긴 것이다. 그냥 그 주변이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면 감정은 생기지 않거나 사라질 것이다. 회전식 횟집에서 먹고 싶은 접시를 선택하듯 내가 주변에 관여한 것이지 주변이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내 삶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나의 것일 뿐 주변이 나를 좌지우지 않는다.
주변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뒤흔들리고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 같이 가기는 하되 나를 중심으로 나를 선택을 하면 된다. 내 발걸음은 누구 탓도 아니다. 오로지 내가 원해서 걷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어 벌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면 나는 나의 자유이다. 내 감정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 탓이 아니기에 붙들어 매서 짊어지고 가려고 애쓰지 말고 흘러가게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