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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Jul 26. 2021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나이테


참 많은 것들을 잊고 살고 있었네요. 나이 들어 갈수록 세상사 잊고 있네요. 남의 일에 무관심해지네요. 공감할 것 귀찮아하고 이해받기만을 원하네요.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아집만 늘어가네요. 이런 것들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겠지요. 알면서도 무너지는 몸과 희망 없는 미래가 현재를 욕심으로 움켜쥐고만 있으려 하네요. 암요. 내려놓아야지요. 관 뚜껑 열어야만 내려놓게 되면 후회스러운 삶이 될 거예요. 열심히 자신의 욕심과 싸우는 것이 나이 드는 것인가 보네요. 참 나이 먹기 힘드네요.     


나무의 나이테가 넓을수록 주위의 나무들 밀어내고 혼자 살아낸 욕심쟁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아니면 열심히 살아낸 나무를 존중해야 될까요. 나무만 아는 나무의 역사는 우리와 상관없이 묻혀버리겠지요. 나는 어떤 나무로 살아왔을까요. 앞으로 어떤 나무로 살아갈까요.     


잔 수풀에는 가냘픈 가지들이 수없이 모여 군집을 이루지요.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를 의지하듯 강력하게 뭉쳐 있지요. 소나무 숲에는 소나무들이 각자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치솟아 있지요. 그 소나무들 밑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지요. 소나무는 소나무답게 사는 것이고 잔 수풀들은 잔 수풀답게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우리도 우리답게 살아가야겠지요. 우리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살아내야만 알 수 있겠지요.     


나이 들어 미래가 없고 현실이 고달파지니 나도 카멜레온처럼 마음이 수시로 변하네요.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하고 남을 테스트하듯 공격적이었다가 급격히 이유 없이 따뜻해지던 어느 노인네가 이해가 되네요. 이해로 끝나면 안 되지요. 원인을 알았으면 시정해야겠지요.     


원인은 마음이 허해서였네요. 자신감이 없어서 혹여 그런 허약한 자신을 남들이 먼저 얕볼까 봐 먼저 공격한 거네요. 그러고 나면 혼자 미안해서 급 착해진 거겠지요. 혼자서 이랬다 저랬다 요동을 치며 고요한 물살을 혼탁하게 만든 것이지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기가 힘이 드네요. 추레한 자신을 감추고 싶어지는 나이가 된 것이지요.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데 혼자서 추레해지는 것은 나이 먹는 것이 싫은 것이지요. 나이가 주는 허약함이 싫은 것이지요.      


자신한테 해 줄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요. 비교는 자격지심을 눈덩이처럼 키워 불안하게 만들지요. 스스로에게 상처 주지 말고 스스로에게 작은 만족이라도 주어야 해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비교하며 하루라도 젊은 나를 보며 살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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