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인가 인간인가

미역국

by 오순

"엄마! 미역국 맛이 왜 이래?"

미역국을 좋아하는 딸의 요청에 끓여 주었는데 맛을 보더니 인상을 구긴다.

"검색하고 끓이지, 검색 안 했지? 레시피 검색하고 끓여!"

딸내미의 투덜거림이다.


"아휴, 그냥 먹어. 그냥저냥 먹을 만 혀. 뭔가 빠진 맛이긴 해 ㅎㅎㅎ"

계면쩍어 대충 먹어주길 바라는 심정이다.

"예전에는 끓여 주는 대로 잘만 먹더니만...... " 다 들리게 혼자서 중얼대었다.


검색하기 귀찮아서 하던 대로 대충 끊이니 맛이 대충인가 보다.

하긴 예전에도 맛이 똑떨어지게 감칠맛이 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곤 했다.

한마디로 엄마의 손맛이었다.

다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젠 일정한 맛을 원한다.

공산품처럼 레시피가 수치로 정확하게 정해져 있고, 요리 과정 또한 일정하게 순서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그대로만 따라 하면 일정한 맛이 나온다.

맛에 실패할 염려가 거의 없다.


가령 미역국을 끓이려면 미역국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한다.

예습하듯 그중 괜찮은 첫 번째나 두 번째쯤의 요리 과정을 일괄 습득한 후, 초보자처럼 검색창을 짚어가며 과정을 빠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끊이면 된다. 여기에 아주 조금 경험치가 추가되어 맛을 잃지 않게 된다.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맛이 된다. 거기에 경험치가 추가되면 감칠맛이 더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순수 경험이든 전수받은 노하우이든 각자의 역량에 따라 맛과 풍미가 달라졌고 입맛들도 다양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런 노하우들이 인터넷에 검색되기 시작하면서 각 개인의 노하우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로지 인터넷에 검색되는 정보가 최우선권을 차지하고 신뢰하게 되고 의지하게 된 것이다.


'내가 미역국을 어떻게 끓였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과정들이 떠오르지 않고 따로 논다.

바보가 되었나 싶게 생각하려 하니 머리가 아파진다.


이전에는 국을 끓여야겠다 싶으면 재료를 사서 생각대로 끓였다. 가끔 재료를 한 개쯤 빼먹는 경우도 있지만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다.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이젠 검색해서 선택한 정보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하기 위해 검색창을 켜 놓고 체크해 가며 요리를 한다. 지시한 과정을 빠트리지 않았나 검토하고 다 마치면 휴~하고 안심한다.

이것은 주도적인 인간이 하는 음식이 아니라 정보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로봇이 하는 요리이다.


자신의 솜씨를 믿지 못하고 인터넷 정보를 우선순위로 믿고 따르게 된 것이다.

이젠 검색 없이는 요리할 자신이 없다.

고민할 것도 없이 검색해서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면 편한 세상이 된 것이다.

다양성은 사라지고 한두 가지가 최우선권으로 선점하는 정보 세상이다.

정보에 의지하다 보니 내가 가진 정보는 신뢰가 떨어져 다시 검색해서 확인해야만 불안하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검색 정보만을 신뢰하고 요즘 시대는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인간 세상인가 지시만 따르는 자동로봇인가.

정보에 의지해 살다 보니 나를 잃은 것 같아 불안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검색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안정적이 되었다.


이전에는 인터넷 없이도 살았다. 느리고 불편해도 자신의 힘으로 선택하고 시행착오를 경험으로 쌓아갔다.

이젠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느리다거나 불편하다는 것은 인터넷 시대인들이 느끼는 것이지 그 이전 시대인들에게는 없는 감정이다.

편리한 정보를 빠르게 활용하지만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불안하게 살아가게 되었다.


인터넷 정보 시대의 편리함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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