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불가

소통

by 오순

일요일 아침 자유수영을 하러 갔다.

가기 싫은 이유를 찾아 뭉그적거리다 에라 하고 집을 나섰다. 막상 수영장에 와서 수영을 하고 나니 개운하다. 수영하러 오지 않았으면 또 하루를 이불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지루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하는 데 누군가 다가와서 등을 밀어달라고 한다.

'어? 이건 뭐지? 여기가 목욕탕이었던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요즘도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다 있네, 찝찝한데, 더러운 남의 때 밀기 싫은데'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동시에 때수건을 내밀며 웃음으로 사정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의 손이 그 때수건을 받아 들고 있었다.


"등 가운데 조금만 아주 조금만 살짝 밀어주시면 돼요!"라는 그녀의 말에 '뭐야~'

뭔가에 밀려서 나는 그녀의 등을 밀고 있었다.

기분은 계속 언짢은데 싫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아씨~ 또 엉겁결에 당한 것 같다! 정신 줄 놓고 다녀서 남들한테 항상 느슨하게 보이는 내 탓이다! 으으으'하면서 그녀 말대로 대충 가운데만 조금 밀고 때수건을 건네주었다.


맞은편에서 샤워하던 누군가가 그러고 있는 우리를 경멸의 눈빛으로 쏘아보며 샤워실을 나가고 있었다. 졸지에 싸잡혀 민폐인이 된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대중탕을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이런 상황이 아득한 옛날 풍습처럼 느껴져 더 황당하였다.


뒤늦게 샤워실이라는 인식이 들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미 끝난 일에 왈가왈부 따질 수도 없어서 기분은 찝찝했지만 더 이상 한 공간에 그녀와 있고 싶지 않아 샤워를 서둘렀다. 그러다 덤벙대는 급한 성격으로 인해 손등을 샤워기에 부딪쳤다. '아! 아파라!' 씩씩대며 탈의실로 갔다.


서둘러 옷을 입고 있는데 그녀가 나왔다. 아는 척할까 봐 서둘러 나가려는데 그녀가 다가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한다. 샤워실에서 인사했는데 또 하는 이유가 뭔가 싶고 무시하기도 그렇고 해서 '네~'하고 말았다.


사람은 많고 샤워실은 비좁아 빠르게 샤워하고 나가 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이고 예의인 수영장 분위기인데, 그녀는 여기가 목욕탕인 듯 몸무게부터 재더니 꽃단장하려는 듯 머리테를 두르고 아주 여유로운 몸짓이다.


나가려다 생각하니 이대로 가면 집에 가는 내내 그리고 집에 가서도 계속 투덜거리고 짜증 낼 내가 그려졌다.

'바보같이 말도 못 하고 당했네~ 어쩜 그리도 뻔뻔하게 때를 밀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40도 안 된 것 같은 젊은 여자가 말이냐 응 어찌 그렇게 웃으면서 뭉개느냐 말이야?' 등등 혼자 뒷북치고 있을 내가 억울하고 싫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말이나 하고 가자 싶었다.


"그런데 저기요, 여기는 목욕탕이 아니지 않은가요?"

내 반문에 그녀는 당당하게 응답했다.

"불었는데 그럼 어떡해요?"


'이잉!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으로 말하면 젊은 그녀가 얼마나 당황할까 혹 창피해해서 도리어 내게 화를 내면 어쩌나, 참은 김에 그냥 참고 지나갈 걸 괜히 긁어 부스럼 일으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들로 망설이다 꺼낸 말인데 그녀는 너무도 당당했다.

아니 자신의 문제를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지 여기서 나한테 떠넘기는 것은 무슨 때 거지인가 싶다.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는 웃는 모습이 예쁘긴 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 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의 웃음은 가식적인 이용도구 같았다.


"그래도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요!"라고 말하고 돌아서 나왔다.

참으로 뻔뻔한 사람이네 그려! 늦게라도 내 말을 하고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가.

끝까지 참았으면 진짜 바보 될 뻔했네. 말하길 참 잘했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자기만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아 민폐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노화로 인해 무능해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고 남을 배려할 여유가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한편으로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젊은 그녀의 민폐성을 보면서 나이에 대해 지나치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들은 주위에서 뭐라 하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끄러워 움츠릴 줄은 안다. 내가 본 그녀는 그런 것이 없었다. 민폐는 나이와 상관이 없었다.


수영하다 물에 때가 불었으면 조용히 집에 가서 처리하던가 목욕탕에 가서 해결하던가 할 일이지 내게 이해를 요구할 일은 아니었다. 무조건 자기를 이해하고 응하라는 것은 민폐이다. 그런 그녀에게 배려와 소통을 멈추고 내 입장을 전한 것이다. 그녀와는 불통이지만 그래도 그녀의 더러움에서 나는 나를 구제한 것이다.


세상에는 이해불가한 일이 소소히 일어난다.

이해불가는 기이하다기보다는 소통이 안 되는 것에 더 가깝다.

자신의 입장만 바라보고 상대방 입장은 생각하지 않아 생기는 먹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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