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백수의 시간은 총알인가.
너무 좋아서 빨리 가는 것인가.
하루가 일주일이 너무 빠르게 사라져 버린다.
정말 할 일 없이 한 달이 간다.
제대로 백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백수가 되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야지 했는데.
막연한 그 생각만큼 막연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즐기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은 여전히 나를 두고 제멋대로 가고 있다.
여전히 통제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내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때 방학하자마자 백지에 커다란 원을 그려 시계를 그렸던 생각이 난다. 기상시간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각각의 시간을 촘촘히 나누었다. 노는 시간은 제일 적게 하고 공부시간을 많이 할당해서 칭찬을 받았다. 방학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는 시간표였다.
지금은 마음속으로 시간을 계획하는데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하나라도 지키면 다행이려니 하다 보니 시간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이들이 시간을 통제하려고 애쓰고 있다.
달력을 만들고 시계를 만들고 하루를 만들고 일주일을 만들고 한 달을 만들고 일 년을 만든다.
그래도 시간은 상관하지 않고 가고 싶은 대로 가버린다.
제일 자유분방한 자가 시간인 것 같다.
인간이 그리 원하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시간 아래서 시간을 붙잡으려 애를 쓰며 평생을 보내는 것이 삶인가.
붙잡히지 않는 시간을 붙잡아서 뭐 하려는 것일까.
시간아 너는 가거라 나는 여기 있으련다.
내버려 두니 간혹 시간이 멈춰있을 때가 있다.
이때가 제일 고요하고 편안하다.
전쟁 전의 평화인가 전쟁 후의 평화인가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냥 놔두니 도망가지 않고 곁을 내주네.
최고의 지성인이라 자부하는 나는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나의 고양이는 시간에서 벗어나 있다.
아예 시간에 대한 관념이 없는듯하다.
자기가 자고 싶으면 자는 시간이고, 먹고 싶으면 식사시간, 놀고 싶으면 노는 시간이다.
그리 편하게 느슨하게 지내는 고양이의 일상이 정말 부럽다.
나와 한 공간에 있음에도 시간에서 벗어나 있는 고양이의 자유로움이 궁금하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이 완전하게 시간에서 벗어날 수는 없듯이 그도 시간 안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시간의 완전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보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
옆에서 세상만사 상관없다는 듯 그르렁대며 자고 있는 고양이 네가 나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