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부터
속이 편치 않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짓눌림을 덜어내야 잠을 잘 수 있을 텐데.
숨이 콱 막힌다. 길게 숨을 토해낸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떨어져 내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사는 게 무엇일까. 왜 사는 것일까. 왜 즐겁지가 않은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
소화불량 하나에도 꼼짝 못 하고 있는 데 어찌 그리 큰소리치고 살았던 것일까.
뭘 믿고 살아왔던 것일까.
뭣도 몰라서 그렇게 용감하게 살았을까.
지금은 뭣을 알아서 움츠려드는 것인가.
무엇을 알긴 알았다는 것인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가.
왜 이리 허망하고 무망하고 덧없고 불안한가.
소화불량에 걸려서 이러는 겐지 아니면 불안하여 소화불량에 걸린 겐지.
가족부양의 짐에서 벗어나니 훨훨 날아다닐 줄 알았다.
내가 나의 짐이 되어 내 발목을 붙들고 있다.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졌다.
뭐부터 시작할지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지 당황하고 있다.
생각보다 열정은 식어 있었고 체력은 고갈되어 가고 호기심은 어딘가로 숨어 버렸다.
자아비판과 겉으로만 드높은 자존감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빈 깡통처럼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돌진해 보지만 소리만 요란하다.
오늘도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에 대한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타인에 바친 시간들이 원망스럽다.
지난 간 것에 대한 아쉬움은 감정일 뿐 현실이 아니다.
나는 나를 위한 지금을 살아내야 한다.
밑바닥 어딘가에 짓눌려 숨 쉬고 있는 나를 끌어내자.
그렇게 새로 시작하는 것이야.
첫 발을 떼는 아이처럼 걷는 거야.
그것이 내 세상인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