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보고 지나쳐갔다.
하루 종일 그 가냘픈 눈이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하루 잔소리 듣고 결근한다 해서 뭐가 그리 큰 대수라고 그 생명을 회피했을까.
행여 그 고양이의 주검이 그대로 그곳에 있을까 봐 퇴근하는 발길이 더디었다.
다행히 누군가 고양이를 거두어 주었는지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회피하며 출근한 나를 자책하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상이 무거운 안개에 갇힌 듯 둔탁해져 갔다.
왜 피한 것일까.
용기와 회피는 순간의 선택이다.
그러나 영원한 낙인이 된다.
용기는 자유를 주지만 회피는 회한 속에 갇히게 된다.
왜 회피를 택한 것일까.
무엇이 두려워서일까.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두려웠을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는 것이 두려웠을까.
그 회피라는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도 회피 않는다는 보장을 못 하겠다.
평상시에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용감하다고는 더욱더 생각하지 않았다.
회피를 선택하고 비겁자가 된 지금 그것을 견뎌내기가 힘들다.
주검은 회피했지만 그 눈은 피할 수가 없었다.
사고를 내고 내팽개친 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지.
그 상황에 분개만 하였을 뿐 내가 할 일은 하지 않은 것이다.
할 일을 하지 않은 나는 그 도망자와 같은 급이 되어버렸다.
분노와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 어리석음의 회한으로 짓눌리고 있다.
그 분노가 순수했을까.
책임회피는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도 그 결정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