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이란 박은경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이다.
오랜만의 만남으로 두서없이 수많은 이야기를 편하게 늘어놓았다.
전시공간이 카페 겸 갤러리이어서 따끈한 쌍화차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작품 과정과 작가의 길을 이야기하며 행복했다.
세상은 수많은 집을 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가지고 있다.
집을 가지고자 평생을 일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
교통 편리하고 학군이 좋고 수도권이고 집값이 잘 오르면 더욱 좋은 것이 선택권이라면 선택 조건들이다.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아 평생 집을 소유하지 못해 쪽방에서 생을 마감하는 빈민층도 있다.
나는 집이 없다.
살다 보니 그리되었다.
집 소유가 우선권이 아니어서가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데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젠 집이 있으면 좀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젠 경제력이 아주 미약해서 집 소유는 불가능하다.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없어도 괜찮다로 때운다.
작가는 그림으로 집을 짓고 있었다.
정말 다양한 색색의 집부자가 되어 있었다.
소유하는 집보다 모든 사람이 즐겨 볼 수 있는 그림집이라 아주 훌륭하다.
나도 집을 짓고 있다.
글로 집의 토대를 다지고 있는데 너무 더디다.
집을 소유하지는 못했지만 평생 한 번이라도 마음의 집을 지어보리라.
마음이 살고 있는 집을 짓고 있는 우리는 작가이다.
몸이 살고 있는 집도 좋지만 마음이 기거하는 집도 좋다.
소유의 무거움이 없는 이 집이 나는 더 좋다.
영혼이 놀 수 있는 집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집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집
이런 집을 원하였나 보다.
원하면 아무나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마음의 집이 세상에 많다.
그러고 보면 집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 아닌가.
원하는 집이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