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자
누군가 다정하게 눈사람을 만들어 벤치에 올려놓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빈 벤치
아무나 옹기종기 앉아 있는 벤치
누구나 아무나 쉬었다 가는 공원의 벤치
내가 앉으면 내 자리
누군가 앉으면 누군가의 자리
세상에는 누릴 게 참 많다.
벤치, 눈, 바람, 눈사람, 개, 고양이, 참새, 비둘기, 꽃, 풀, 나무, 돌
없는 하나만을 바라보며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얼마나 가졌는가 헤아리다
얼마나 많이 누리고 있는지 염치가 없다.
통장의 잔고를 들쳐본다고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차 한 잔 살 여유가 있으니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