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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돌아가

by 오순

잘 쓰고 싶다.


잘 쓰려고 하니 모든 것들이 허접해 보인다.

쓸 게 없다.

쓸 게 없어 쓸 수가 없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머릿속이 백지다.

하고자 하는 의욕만 가득할 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막막함 그 자체다.


생각하는 대로 생각만 하면 마법의 펜이 나타나 스윽슥슥 글을 써 내려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을 수정하고 퇴고하고 또 수정하고 퇴고하면 끝.

오로지 생각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할까.


시작이 어렵다 항상.

처음으로 돌아가자.

굳이 꼭 잘 쓸 필요가 있는가.


그냥 쓰고 싶은 것 쓰면 되지 않을까.

갑자기 여기저기 써달라는 주문이 솟아오른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썩 괜찮은 것 같다.


일단 쓰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 본다.

너무 많다.

순서를 정하자.


자 한 번에 하나씩 쓰자.

다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중 한 가지에 집중하여 쓰자.


머릿속이 혼란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하얗지도 않다.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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