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지킴이
으~잉 이건 어디서 나는 냄새이지?
환기가 잘 안 된 것일까?
도서관 내 북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서부터 퀴퀴한 묵은 냄새가 진동한다.
오픈한 지 1시간 여가 흘러 있어 입구 쪽에 아이 둘과 엄마가 책을 보고 있다.
그들 곁을 지나 반만 오픈된 룸에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에서는 다행히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자리에 노트북과 스케치북과 노트, 필기류, 컵 등을 꺼내었다.
노트북을 펼쳐 자판을 두드리며 이것저것 검색도 했다.
어제 읽다만 도서관 내 책 [총, 균, 쇠]를 읽어야겠다 싶어 서가로 향했다.
서가로 가기 위해 그 엄마 곁을 지나가는데 그 퀴퀴한 냄새가 다시 올라온다.
슬쩍 보니 머리를 한데 모아 뒤로 묶어 올렸으나 기름진 머리카락이 보인다.
냄새의 범인이구나 싶다.
머리 감는 것을 미룬 듯하다.
본래 냄새도 많이 나는 사람이기도 한 듯하다.
아이들 케어하고 살림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 주부의 삶이 시간과의 전쟁임을 알기에 그 엄마의 체취를 참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 자리까지 풍기지는 않으니 견딜만하다.
특히 머리 감는 것이 제일 귀찮기는 하다.
그래서 휴일에는 하루 이틀 미루고 뒹굴뒹굴하기 십상이다.
휴일인 일요일 오전에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오기 위해서 얼마나 바지런을 떨었을까.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것이 휴일 풍경인데 쉬지 못하고 나왔을 성싶다.
그 엄마는 큰아이인 딸을 옆에 앉혀 놓고 열심히 독서지도하고 있다.
맞은편에 있는 작은 아이 아들은 혼자 책을 보다가 몇 분 되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실내를 한 바퀴 돌 더디 책상에 몸을 널브러뜨린다. 아마 지루한 듯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누나 따라 엄마 따라온 듯하다.
어느 정도 딸을 지도하고 과제를 내준 듯 딸은 뭔가 열심히 쓰고 있고 엄마가 드디어 아들에게 건너와 동화를 읽어 준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내 자리 쪽을 지나 다른 반룸에 들려 뭔가를 가져온다.
아빠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헤드폰 끼고 노트북을 하는 아저씨가 그들의 아빠였나 보다.
두 아이 케어를 엄마에게 맡겨 놓고 자신은 게임을 하는지 유튜브를 보는지 가족들과 떨어져 자기만의 자리에서 오롯이 지내고 있었던 것인가.
잠시 후 아빠 쪽에 모든 짐들을 옮겨 놓고 엄마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 케어는 오로지 엄마의 몫인 듯 당연한 그 가족의 분위기가 거슬린다.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데 아빠는 짐 지킴이 역할이라니.
그것도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짐과 함께 있을 뿐.
그들 가족을 보며 당시엔 몰랐던 생활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생각난다.
특히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 않고 소극적인 협조나 방관하는 남편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인데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생색까지 내는 남편에게 도와달라 계속 말할 기력도 모자랐다.
그 당시 나도 도서관에 그 엄마처럼 남편을 방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공감대가 떨어지고 거리가 멀어졌다.
이젠 아예 독립해서 따로 산다.
가끔 보며 사과도 받고 웃을 수 있어 편하다.
머리 감을 시간을 그 엄마에게 주고 싶다.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을 주면 금상첨화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