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다.
북 카페 안 전체가 다 보이고 밖의 풍경까지 보인다.
들고나는 사람들이 보이고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까지 보인다.
책상 맞은편에 앉으면 이 모든 풍경들을 등지고 책꽂이만 바라볼 수 있다.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잡다한 배경을 등져 자신에게만 집중해 오던 자세에서 벗어나 보고 싶었다.
아마도 심심했던 것 같다.
평소의 습관에서 벗어나니 다른 곳에 와 있는 듯하여 좋다.
관리자 마냥 가끔 사람들을 둘러보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바라보니 평소 극구 피하던 이런 자리도 썩 괜찮다.
항상 가던 길만 가지 말고 다른 골목길도 가보라는 어떤 이의 권유가 생각난다.
규칙은 시간을 단축하기는 하지만 생활을 단조롭게 한다.
규칙에서 벗어나면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나 새로움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겨 탄력이 생기는 게 느껴진다.
세상의 격변을 놓칠 만큼 엄청난 시간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다.
급하게 앞서 달려간 사람과 같은 전철을 타는 정도의 시간 차이일 뿐이다.
다 같이 쓰는 카페 공간이지만 아주 수선스럽게 들어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주 소심하게 조심조심 들어오는 이가 있다.
먼저 와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마저 내몰고 자기 자리라도 되는 양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급한 마음이 그 소란스러움에 묻어난다.
말은 하지 않지만 숨소리와 발소리 그리고 외투 자락 스쳐가는 소리들에 자기 자신만 보이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려온다. 그런 사람이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속으로 빈다. 그런 이는 자리에 앉아도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굴기 때문이다. 공유 공간에 대한 이해력이 없어서인듯하다.
소심하게 조심하는 사람도 옆자리에 있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도 모양만 다를 뿐 공유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계속 조심스러운 행위들을 하여 신경 쓰이게 한다.
물 마시는 소리, 펜 소리, 가방 여는 소리, 화장실 가는 발소리 등 할 것 다하면서 엄청 조심하니 따라서 긴장하게 된다.
이리저리 다 싫으면 헤드폰 쓰고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면 될 것을.
아마도 오늘은 집중하지 못하는 날인가 보다.
잠 자려 애쓰다 결국 날을 새고야 마는 불면증 환자 같다.
남 탓하며 집중하려 기 쓰지 말고 오늘은 그냥 편하게 남한테 집중해 보자.
보이는 대로 흘려 보고 놔두니 편해진다.
마음이 고요하지는 않지만 편하니 책도 읽히고 할 일을 하고 있다.
초집중은 아니지만 집중은 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보고 느끼듯 이런 나를 그들도 느끼고 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공유 개념은 내게 없었던 듯하다.
공공장소에 와서 초집중을 원한 것은 공유가 아닌 혼자 독차지하려는 마음보였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공간이 편해진다.
드러내놓고 불평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게서 느꼈을 그들의 불편에 사과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