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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중언부언

by 오순

반백의 머리가 된 지금도 여전히 답을 찾아 헤맨다.

이젠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다.


답을 찾으러 다니긴 한 것인지 그냥 방랑한 것인지.

집요함이 없는 추구는 건더기 없는 맹탕이다.


이 나이가 되면 어떻게 살았노라 말할 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남들과 별다를 게 없다.

오히려 모자란다.


남과 다르게 살고 싶었을까.

남과 똑같게 살고 싶었을까.

아마도 남과 비슷하게 다르지 않게 살고 싶었나 보다.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어 버린 것 같다.

홀로 가는 힘을 키우지 못했다.


남을 택한 것이다.

자신을 버린 것이다.

자신도 되지 못하고 남도 되지 못하는 껍데기가 굴러다닌 것이다.


빠삐용의 죄가 인생을 낭비한 것이라던데

나의 죄도 같다.

세상의 탓이라 여겼다.

내 탓이었다.


어디를 향해서 그리 달렸던 것인가.

죽으려고 달린 것은 아닌데.

살려고 달린 것인데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 잃어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를 찾아와야 한다.

어디쯤에서 버렸는지 알아내야 한다.


삶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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