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언부언
반백의 머리가 된 지금도 여전히 답을 찾아 헤맨다.
이젠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다.
답을 찾으러 다니긴 한 것인지 그냥 방랑한 것인지.
집요함이 없는 추구는 건더기 없는 맹탕이다.
이 나이가 되면 어떻게 살았노라 말할 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남들과 별다를 게 없다.
오히려 모자란다.
남과 다르게 살고 싶었을까.
남과 똑같게 살고 싶었을까.
아마도 남과 비슷하게 다르지 않게 살고 싶었나 보다.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어 버린 것 같다.
홀로 가는 힘을 키우지 못했다.
남을 택한 것이다.
자신을 버린 것이다.
자신도 되지 못하고 남도 되지 못하는 껍데기가 굴러다닌 것이다.
빠삐용의 죄가 인생을 낭비한 것이라던데
나의 죄도 같다.
세상의 탓이라 여겼다.
내 탓이었다.
어디를 향해서 그리 달렸던 것인가.
죽으려고 달린 것은 아닌데.
살려고 달린 것인데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 잃어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를 찾아와야 한다.
어디쯤에서 버렸는지 알아내야 한다.
삶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