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이용
오전 열 시 사십 분
도서관 북 카페에 혼자 있다.
작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고적하니 나만의 공간 같다.
한 면이 전부 유리창들로 이루어져 창밖 전면이 시원하게 다 보인다.
그곳에 배치된 널찍한 일인용 팔걸이 소파의자 중 하나에 등을 기대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비록 핸드드립이 아닌 믹스이지만 달달 고소하니 너무 흡족하다.
이렇게 편하게 오로지 혼자 즐겨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이 고급스러운 하얀 소파들도 일 년 이년 삼 년 시간이 흐르면서 도서관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에 닳아지고 낡아져 가겠지.
아직은 새것을 벗어나지 않아서 내 것인 양 쓰다듬어 본다.
푹신하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그 촉감이 좋다.
창밖으로 신호등이 보이고 길을 건너는 사람도 보이고 버스 자가용도 지나가는 게 보인다.
조금 더 멀리로는 고층 건물도 보이고 가까이로는 빌라도 보인다.
가까운 건물에서 누군가 밖을 내다본다면 이 도서관이 보일 것이고 자세히 보면 유리창 안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내가 보일 것이다.
맞은편 빌라 옥상이 훤하게 보인다.
저 옥상에 유리창을 설치하고 내다보면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아니다.
난방비용 걱정 없이 난방할 수 없어 창밖을 보며 차 마실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보니 옥탑에 방을 지은 것 같다.
닫힌 문 위쪽에 커튼이 보이는 것이 누군가 기거하는 곳인 듯하다.
추울 때 엄청 더 춥고 더울 때 엄청 더 더운 곳이 옥탑방이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옥탑방 운치는 아마도 젊은이들에게나 어울리는 곳이지 싶다.
추운 옥탑방 맞은편 따뜻한 도서관 실내에서 밖을 바라보는 이 느긋함은 복지국가라는 시스템을 활용한 여유이다. 빈부의 차가 크고 경제력 차이가 커서 비록 소유하지는 못해도 시스템 활용은 소유의 부족을 어느 정도 채워주는 것 같다.
찾아가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찾아와서 누리는 복지도 소중하다.
시설을 최선으로 갖추고 있어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복지 시스템이다.
그 누구나가 내가 되어 보니 너무 만족스럽다.
온풍기와 공기정화기로 쾌적하고 따뜻한 실내에 정수기가 있고 커피 머신이 있고 청결한 화장실이 있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책들이 서가에 나열되어 있다.
토끼가 당근밭을 보고 행복해하듯 서가에 책들을 보며 행복해하고 있다.
갈 곳이 있고 노닥거릴 곳이 있다는 것이 좋다.
한두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들어오는 이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그들도 나를 살펴본다.
나도 도서관의 손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