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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 같은 봉사

사람 속에 있다

by 오순

설 연휴 마지막 날 자원봉사를 하고 왔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서 오후 1시에 마무리되는 배급 봉사다.


날씨가 어찌나 춥던지 손발이 시려 빨갛다 못해 통증이 온다.

많은 봉사자들 중 누군가 자신이 가져온 핫팩을 나눠준다.

그것으로 손을 녹이고 발을 녹였다.

그 작은 핫팩의 온기가 얼마나 반갑고 소중하던지.


한 끼의 식사 배급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스러웠는데 핫팩 같은 식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뿌듯했다.

쌓여 있는 재료를 보며 저것을 언제 요리해서 배식을 하나 걱정스러웠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 일을 나누어하다 보니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말을 하나 건네도 따뜻한 배려가 담긴 답변들이 오고 가서 춥지만 춥지 않았다.

누군가가 힘들까 봐 서로 보살피는 마음들이 너무 좋았다.

척박한 이곳에 사는 이들이지만 사람을 보고 사람 속에 있는 것 같아 좋다.


몸 고생은 좀 했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니 다시 오고 싶다.

봉사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시 느끼고 섞이고 싶다.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는 이도 있고 시간 점수가 필요해 오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봉사를 하러 왔지만 그 모든 이유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봉사하는 마음과 훈훈함을 얻어 갔다.


헤어질 때 안아주고 싶을 만큼 한 식구 같고 오랜 시간 마음의 친구들 같았다.

마음이 심란할 때 적금들 듯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봉사를 하는 봉사자도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세상을 품은 듯 맑고 유머가 있고 배려가 있어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주었다.


외롭지 않았다.

여행을 하고 온 듯 뿌듯하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많이 받은 기분이다.


몸으로 하는 봉사가 최고인 듯하다.

직접 부딪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는 몸 봉사가 좋다.

물론 기부도 할 수 있다.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내어서 직접 찾아가는 봉사가 진정한 봉사인듯싶다.

직접 사람을 만나면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고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이 저절로 찾아온다.

어떤 이유든 봉사는 접해 보면 마음이 열리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처음 한 번이 어렵지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동정이나 베풂이나 우월감이나 뭐 이런 것이 아니다.

자신을 채워주는 따뜻함 때문에 아랫목에 모여들듯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다.


봉사는 타인을 위한 것이지만 실지로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을 위하니 세상을 위하게 되는 것이다.

따뜻함을 주고받는 봉사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가 태양의 온기로 살아가듯 돌고 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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