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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살인가

유전자 지시

by 오순


나그네 쥐라 불리는 레밍은 일정한 개체 수가 증가하면 메뚜기 마냥 떼를 지어 몰려다니다가 서식지를 찾아가는 습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가 지어진 레밍은 우르르 산이든 강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간다. 그러다 보니 절벽에 이르러서도 뒤에서 밀든 앞에서 뛰어내리든 집단 자살이라도 하는 행태처럼 절벽에서 무작정 뛰어내린다. 결국 수많은 레밍이 죽게 되고 소수만 살아남는 것이 반복되었다.


이 때문에 자살하는 동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정된 먹이를 두고 개체 수를 알아서 조율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무작정 몰려가는 데서 발생한 죽음이 자동적 개체 수 조절이 것이다.


개체 수 조절이 주목적이 아니라 레밍의 유전자에 새겨진 서식지 이동경로 때문이었다 한다. 지각변동으로 육지가 갈라지고 절벽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유전자는 그것을 인식되어 있지 않아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가다 보니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꼴이 된 것이다.


우리 인간도 이성적인 판단으로 행동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레밍처럼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가끔 보면 똑같은 실수를 매번 새롭게 반복하는 사람을 보면 바보가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다. 이는 그의 똑똑한 이성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의 조상이 심어 놓은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유전자 호르몬의 동물인 것이다.

그것을 이성이 현실에 맞게 합리화하고 포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또 왜 같은 실수를 했는지 어이없지만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자신이 바보가 아니었음을 피력하여 합리화한다.

그 실수를 누군가 곧이곧대로 까발리게 되면 세상없는 원수가 되고 적이 된다.


현실 파악이 안 된 유전자가 계속 전해진다면 바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똑똑한 유전자를 남겨주기 위해 덜떨어진 유전자는 수정 보완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지금이 아닌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호르몬이 작동할지 알 수 없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성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의 호르몬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추출하여 그것을 전수한다면 우월한 선택만이 있게 될 것인가.

인간에게 실수투성이 유전자를 폐기하고 우월한 유전자로 대체한다면 그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는 인간을 넘어선 초인일까 로봇일까.


유전자로만 살아가는 인간은 과연 자율권이 있는 것인가.

실수가 있고 그것을 인정하고 고쳐나가고 더 나은 선택들을 해 나가면서 유전자를 보완해 나간다면 그 인간은 유전자를 무조건 따르는 레밍이 아니라 자율권을 가진 이성적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유전자로 살아가지만 그 유전자를 보완하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기에 인간 자신의 자율로 살아간다 할 수 있다.

가끔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 행위가 발생했을 때 합리화하기보다는 유전자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유전자를 현실성 있게 어떻게 보완수정해야 할지.


유전자로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인간 없이는 유전자도 없다.

인간 속에 유전자이지 인간 위에 유전자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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