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꿈을 꿀까.
정신은 온전할까.
절망을 불러들여 고통 속에 허우적대고 있을까.
현실을 부정하고 상상 속에 살며 숨만 쉬고 있을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만이 넘쳐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죽고 싶을까.
살아도 살았다 할 수 없는 상황일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은 몸이 아프거나 마비가 되어 활동을 못한다는 것인가. 이것은 접해보지 못한 상황들이라 구체적으로 하나씩 상상해 보지만 가중치로 뒤따라 오는 그 최악의 상태는 어떨지 모르겠다.
뒷목만 삐끗해도 일상이 무너진다. 치료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도 일시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긴 하다.
평소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손가락 발가락 손톱 발톱 등의 신체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그제야 내 몸의 하나하나가 다 건강해야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해도 죽은 것은 아니니 숨은 쉬고 있겠다.
숨만 쉬고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존엄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없는 것에 한탄만 하고 있을까.
잃은 것에 분노하며 억울해할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낼까.
상상이 안 되는 상황을 생각하니 그저 현재가 감사해진다.
잃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잃을 게 너무 많다.
주어진 것들이 당연하다 치부했는데 엄청 소중해진다.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는 현재 가진 것에 충실해야겠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다.
공기처럼 나의 몸과 정신은 없어서는 안 될 필요충분조건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