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엄
정보의 홍수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홍수에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떠밀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이다.
검색을 하면 다 나온다.
검색하니 정보의 바다에 빠진 것 같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 선택한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다시 검색을 한다. 계속적인 검색을 하다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다.
물론 급한 마음에 처음 몇 가지를 선택한다.
선택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정보는 끝이 없고 살펴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혼란이다.
검색하면 얻는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확신 없는 선택은 지식으로 쌓이지 않는다.
최선인지 완벽인지 요령인지 알 수 없는 선택 속에 자신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수많은 정보가 한계가 있는 인간의 두뇌를 쉬이 도울 거라는 예측은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두뇌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멍에를 안겨주고 있다.
자신의 정보를 믿지 못하고 인간의 지식을 믿지 못하고 오로지 인터넷만 컴퓨터만 믿는 세상이 되었다.
기계를 보조로 사용하려 했던 의도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고 인간이 기계에 무릎 꿇고 떠받들고 있다.
주객이 바뀐 것이다.
인간 세상이 인간이 아닌 인간을 복사한 기계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의 가치를 믿지 못하고 하찮게 여기면 존엄을 잃게 되고 불안해진다.
자신이 만든 기계에 심취해 자신보다 더한 윗자리에 모시니 존엄이 사라진다.
존엄을 잃은 인간은 그저 사물이고 가장 유약한 하층민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커피 한잔하기 위해 기계 앞에 서면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총긴장을 해야 한다.
뒤에 줄 서서 기다리는 다른 인간들에게 재촉받는 참담함에 뒷골에 진땀이 베는 것 같다.
빨리빨리 클릭클릭해야 하는 데 눈으로 훑어내리는 메뉴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 다 읽기도 힘들다.
그냥 마시던 것만 그 위치를 찾아 클릭하고 만다.
그러면 엄청 빠르고 능력자처럼 보인다.
신메뉴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비교도 해 본 적이 없어 다른 것과 어떻게 다른 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메뉴가 자신의 최선의 선택인 양 자신과 세상을 속인다.
그러다 누군가 신메뉴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 주면 그 오프라인 정보로 기계 앞에 사람이 붐비지 않을 때 여유 있는 척하면서 시간을 들여 골라본다.
한 번도 기계의 유능함에 만족해 본 경험이 없다.
빠르게 클릭했을 때 쫄지 않아 다행이다는 만족만이 있다.
인간 소비자를 위한 것이 맞는가.
기계의 편리함은 상업의 편리함만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집은 있으나 집이 주인이 되는 심정이다.
집안에 가득 찬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보면 내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싶다.
아무것 없이 텅 빈 공간이면 뒹굴뒹굴 훨씬 자유롭고 편할 것 같다.
비싼 가구들이 손상될까 봐 조심조심 아래층에 옆집에 소음이 될까 봐 조심조심.
나는 집에 주인이 맞나.
집 지키고 유지 보수하는 하인인가.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보증금 내고 새로운 가구 들이고 하느라 놀 새가 없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
나를 위한 것 맞나.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부담과 위압감만 준다.
너무 많은 가구는 쉴 공간을 잠식해 버린다.
누가 주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잊지 말자.
너무 많은 선택을 할 것이 아니라 최소의 선택으로 자신을 되찾자.
정보의 홍수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평소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다 좋아 보이고 다 선택하고 싶어도 내가 소화할 것이 아니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다 보기 좋은 떡일 뿐이고 사용 가치가 없는 것이다.
가령 시장을 볼 때 목록을 작성하고 가는 것과 막연히 물건들 보면서 필요한 것 선택하면 결과는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
목록에 없는 시장 보기로 과소비가 일어나고 생활비가 쪼들리게 되어 카드 남발로 이어진다.
그렇게 자신이 번 돈에서 쓰는 자유를 잃고 카드 노예가 되어버린다.
정보 홍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핵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곁다리로 따라붙는 정보에 혹해서 또 다른 정보들에 휘말려 들지 않게 된다. 결국은 자신을 믿고 자신의 선택을 따라가야지 정보를 따라가서는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인간을 믿자. 자기 자신의 신뢰와 존엄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