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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타령

받기

by 오순

밤새 소화가 되지 않아 국극 거렸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결국 일어나 앉았다. 분명 고생될 것 같아 약을 한 알 삼키고 잤는데 효과가 없었는지 가스가 가득 차고 숨쉬기가 버거웠다. 아마 미리 먹은 약 때문에 이만한지도 모르겠다. 약발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어제 친구를 만나 먹은 설렁탕이 소화불량이었던 것이다. 좀 과식했나 보다 생각은 들었다. 본래 사 먹는 설렁탕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국물 속에 들어있는 국수 가락이 고기 편육이 맘에 걸렸다. 국수는 미리 삶아 놓은 것이라 국물 속에 들어가니 찰기도 없고 불어 있었다.


까탈스럽게 보여 사주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싶어 그냥 먹은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거기에 반 그릇만 먹어도 될 것을 맛있는 척 한 숟가락 크게 더 먹었다. 집에 오는 내내 점점 더 배가 부풀어 오르고 위에 가스가 비어져 나왔다. 위가 나한테 욕하고 있는 것 같다.


남에게 맞추려는 쓸데없는 배려가 나를 또 잡았다. 아무에게도 도움 안 되는 체면치레 좀 하지 말자 그냥 솔직하게 나에게 집중하자 다짐해 본다. 좀 얻어먹으면 어떻다고 그것이 불편하여 이런 사단을 만들었구나. 다음에 내가 사주면 될 것을 배려를 왜 그리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이런 내가 나도 불편하다.


배려하는 것이 편하지 배려받는 것은 영 편치가 않다. 왜 그럴까. 그렇다고 배려를 매번 항상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본래 받는 것을 잘해야 진짜 주는 것을 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둘 다 하지 못하면서 몸과 마음만 고생하고 있다.


아마도 배려받는 것이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평생 그렇지는 않지 않은가. 그리고 받을 만하니까 수락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주머니를 터는 기분이다.


얼핏 보기에 배려는 경제적인 것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을 보지 못하면 불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져 쓸데없는 비위 맞추기를 연출하게 된다. 난 그 사랑을 볼 여유마저 갖지 못해 소화불량에 걸린 것이다.


사랑하자.

돈도 사랑하고 친구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고 설렁탕도 사랑하자.

얻어먹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은 것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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