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전 60년대 70년대에는 어느 집 안방이든 마루이든 가족들의 사진을 모아 놓은 유리 액자가 걸려 있었다. 특별한 소개가 없어도 그 액자 속 사진들을 보면 대충 그 집 가족 구성원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사진 속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형 누나 언니 동생들 등 가족들 사진이 공간이 좁아 겹쳐져 있기도 하고 작게 얼굴만 오려서 놓기도 했다.
오래되어 누렇게 바래져도 한 번 그 액자 속에 들어가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이라 아주 귀하고 특별한 날을 기리기 위해 것이다. 그 당시에는 사진 가격도 비쌌다.
그러다 개인용 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하고 사진이 칼라화되면서 사진 크기도 커지고 가격도 좀 싸서 많이 보급되었다. 그 많은 사진들을 전시할 수 없어 두툼한 앨범에 스크랩하였다. 그 앨범들이 집안의 보물이 되었다.
그 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고 핸드폰의 카메라 등장으로 사진은 출력이 아닌 네트워크상에서 주고받으며 컴퓨터에 저장하고 수시로 아무 때나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장 공간이 커지고 앱이 편리해져 부담 없이 사진들을 엄청나게 찍고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상에서 자기만의 방을 설정하여 인스타에 올리고 유튜브까지 올려 개인적 전문가로 많은 이들이 직업으로 삼고 있다.
처음 카메라가 들어왔을 때 조상들은 영혼을 빼앗는 것이라며 기피하였다 한다. 지금은 실소가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기겁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이나 공인들만 등장하는 화면에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등장하면 신기하고 지인들을 통해 소문을 내어 아주 자랑스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스스로 셀카도 찍고 전문 카메라로 지인이나 자신을 찍어 수시로 네트워크에 올려 공유하고 있어 화면의 일반인 등장은 일상화가 되었다.
예전의 흑백사진 속에 조상들을 보면 참 마르고 못생기고 빈한하고 시간상 공간상 멀고 오래되어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어느 날 80년대에 본 광주사태(그 당시는 정확한 명칭이 없었음)를 어느 외국인 기자가 찍은 비디오를 천주교 성당에서 몰래(보는 것만으로도 걸리면 잡혀갔던 시기) 본 적이 있다. 사태의 무자비함에 무섭기도 하고 놀랐지만 그 와중에 의아했던 것이 있었다.
거기서 본 광주 사람들은 내가 본 조상들 모습처럼 박제된 것처럼 바래져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나와 같이 사는 현대인인데 어찌 그리 영혼을 어디 두고 온 것처럼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사진을 아무렇게나 찍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런데 출력해서 스크랩한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서 보면 항상 바래져 보였다.
그 순간의 영혼이 그 사진에 갇힌 것처럼 살아 있는 느낌이 없다.
조상들이 영혼을 빼앗아 가는 기계라고 했던 것이 실감이 난다.
사진 속의 그 사람이 그때의 나이기는 하지만 나 같지 않은 나였다.
영혼이 나눠져 영혼의 일부가 그 사진 속에 갇힌 것일까.
그때의 영혼과 지금의 영혼은 다른 것일까.
순간순간 영혼도 세포처럼 생성되고 죽는 것일까.
생명이 없는 인형도 만들어 완성하면 생명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진도 생명이 없음에도 그렇게 생명이 있는 인간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영혼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인간의 착각일까.
인간의 시각을 인용해서 만든 것이 카메라이니 인간만의 착시는 아닐까.
거울을 보면 인간은 거울 속에 상을 자신이라 여긴다.
그러나 동물들은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지 못해 다른 놈이라 여겨 짖거나 공격을 한다.
만일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문화도 모르고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은 카메라나 사진을 본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그 상이 자신이라 인정할까 다른 놈이라 생각할까. 세뇌에 의해 자기 상이라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거울을 처음 본 할아버지가 자기를 닮은 이놈이 어느 놈이야 고 화를 냈다는 동화도 있지 않은가.
문화를 세뇌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동물처럼 살아갈까 인간처럼 살아갈까.
그때의 인간은 동물일까 문화 속에 있는 인간일까.
우리를 세뇌시키는 문화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가 편협적인지 포괄적인지 수직적인지 수평적인지에 따라 공존을 할 것인지 전쟁으로 파괴를 할 것인지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가 선택한 것 같은데 문화에 조종당한 것 같다.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사는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문화로 보완하고 수정하여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