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집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방 안에서 비 내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나가고 싶어진다.
빗소리는 무언가 가만가만 마음을 두드려 주는 느낌이다.
눈이 내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젖는 게 귀찮은 지 비 오는 날이면 공원에 산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인적이 드문 공원은 나만의 공원처럼 산책하기 좋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풀들이 보이고 나무의 무늬가 보인다.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걷는 느낌이 좋다.
신발이 젖고 바짓가랑이가 젖고 외투가 젖어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 고요함이 좋아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공원을 간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이것저것 신경 쓸 게 없고 오롯이 나와 공원 안에 자연들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저만치서 평소에 자주 보았던 공원 고양이 중 한 마리가 비에 젖기 싫은지 빠르게 달려가 지붕 위에 올려져 있는 폐타이어 구멍에 들어가고 있다. 다른 친구 고양이들도 어느 곳에선가 피를 피해 비 내리는 공원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다. 참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비둘기 까치들은 어디서 비를 피하고 있을까.
비가 오면 좋다.
비가 오면 나만의 산책을 할 수 있어 좋다.
명상을 할 눈을 감아야 자신에게 집중이 더 잘 되듯이 두 눈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이지만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는 번거로운 존재이다.
눈을 뜨고 있으면 신경이 자신이 아닌 밖으로 뻗치기 때문이다.
비 오면 명상하듯 우산으로 시야를 가리고 집안에 들어앉은 것 마냥 편안하게 산책한다.
비올 때 우산은 이동식 집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