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는 너무 약하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세상에서 도망치듯 며칠 동안 죽은 듯이 지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미루었던 방바닥을 닦고 화장대와 옷방을 정리했다.
대충대충 정리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생활 속 나에게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다시 삶이 시작되는 것일까.
미약하나마 조금씩 움직이니 살아지는 것 같다.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가장 가까이 있는 이에게 전달이 되나 보다.
동굴 속에 들어가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않고 침잠하고자 했으나 옆에 반려묘가 있었다는 것을 잊었다.
본래 조용한 반려묘가 더 조용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우울한 내 옆에 가만히 함께 있어준 너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간식 캔 하나를 통째로 덜어주었다.
동굴에서 나와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다시 의미 있게 살아내 보자.
어찌 되었든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기왕이면 열나 살아봐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