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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것

성급함의 오해

by 오순

며칠 전부터 배영을 시도하다 수영자 끼리 배 위로 겹쳐져 엄청 놀랐고 반복되니 방해하는 것인가 고의적 물 멕임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확증을 얻으려 했다.

항의하기 전에 숨 한 번 크게 쉬고 전에 배영 강습을 받았던 지인에게 자문을 했다.

배영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고는 흔하다 한다.


초급인 내가 발과 손을 열심히 저었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생각일 뿐 실제로는 하체가 좀 가라앉아 있어 물밑에서 저어대는 것이라 뒤따라 오는 사람이 감지하기가 어렵다 한다. 그리고 속도까지 느려서 뒷사람도 같은 배영을 하는 초짜일 경우에는 인지하기도 어렵고 서로 맞닿지 않을 경우가 많아 몸과 몸이 겹치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강습이 아닌 독학으로 익힌 배영이고 자유수영 타임에 한 것이라 경험이 없는 초짜인 내가 알 수 없었던 경우의 수였던 것이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성급한 항의로 이어졌으면 어쩔 뻔했나 아찔하다. 휴우 다행히 자문을 구해 체면을 손상할 일이 발생하지 않아 안심이다.


아마 누구인지 몰라도 나와 겹쳐져 내쳐진 그 사람도 나만큼이나 놀랐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뒤늦게 미안해진다. 무조건 당했다거나 손해 보지 않으려고만 할 게 아니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아내고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물 멕인 것이 아니라 물먹은 것이었다.

고의가 아닌 초짜들의 충돌이었다.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였던 것이다.

당사자가 아니니 재미있어한 것이 아니라 위로 겸 웃어 주었던 것이다.


질서니 양보니 예의니 하면서 혼자만의 방어전을 펼쳤던 것이다.

다 같은 초짜이고 나처럼 무섭기도 하지만 다들 열심히 수영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 보호받을 초짜인 게 아니었다.


마음을 여니 상대방이 사고 원인으로 만 보이지 않는다.

동료라는 생각이 드니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겨 좀 더 가벼운 수영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수영을 같이 하면 동호회가 결성되고 언니 동생 하면서 소란스러워지는지 이제 좀 이해가 간다.

거기까지만 이해할 것이다.


성급함이 없으면 문제가 풀린다.

초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조급함이 나만 바라보게 하였다.

더불어서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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