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이기주의
아침 시간대 자유수영 정기권을 드디어 끊었다.
얼마나 경쟁이 심하던지 몇 달을 기다렸다.
수영장도 많지만 수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듯하다.
노년 건강에 수영이 좋다는 권고 때문인지 걸을 수만 있으면 모두 수영을 하는 듯하다. 노인들이 많아서 특히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어서 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를 가든 노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고령화사회라는 것이 실감 난다.
강습 때도 많지만 특히나 자유수영 시간대에 노인 회원이 너무 많아 동네 목욕탕 수준이다. 그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는 유아풀에 물은 파스 냄새로 얼굴이 따가울 정도이다. 깜짝 놀라 관리 직원에게 냄새가 너무 나서 수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때를 미는 것은 다반사라서 그러든 말든 한다. 수영장 물에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것도 참는다. 끝에 서서 수영하지 않고 수다하며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것도 참는다. 수영하러 와서 왜 수영은 안 하시고 레인 중간에 끝에 걸어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걷지 말고 수영하라고 주의를 줘도 나 몰라라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여자 샤워실에서는 노인들이 많기도 하지만 바닥에 주저앉아 때를 밀고 수다까지 겸하여서 나가지를 않으니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아무튼 그들은 톤도 낮추지 않고 우렁우렁 울리는 샤워실에서 수다를 한다. 귀가 울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기다리고 있는데 나중에 온 사람이 앞으로 들어가길래 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안에 아는 사람 있다면서 들어가 버린다. 아마도 샤워부스 자리 맡아놓지 말라는 주의사항 때문에 미리 온 사람이 샤워 끝나면 거기서 수다하다 뒤에 온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항의하기에는 한두 가지 아니라서 그리고 듣지도 않는 그들의 안하무인 사회성에 두 손을 들어버렸다.
아예 무질서 혼돈 그 자체라 피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일찍 와봐야 노인들의 일찍에 따라가지도 못할 것이니 시작 시간 10분 전에 와서 잽싸게 샤워하고 들어가 수영하자. 수영이 끝나는 시간대에 나오면 샤워하기 위해 엄청 기다려야 하니 유아풀에서 5분 정도 있다가 샤워실에 들어가 보자. 그러면 기다리는 시간이 덜해 춥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소란스러운 소리도 안 듣게 되니 일석이조 아닐까.
다행히 노인들은 샤워와 수다가 주목적인 사람이 많아서 일찍 빠져나가는 분들이 많아서 후반 시간대에는 널널해서 수영하기가 훨씬 나았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진 시간대이라 배영을 시도하였다. 한참을 여유롭게 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 위로 올라 거의 반이 겹쳐 깜짝 놀라 밀어냈다. 한 번이면 이해하겠는데 계속해서 밑으로 옆으로 걸리는 사람이 있다. 뭐가 잘못되었나 하고 몸을 뒤집어 보니 25미터 레인 거의 다 온 후반 끝이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깊은 곳이다.
나를 앞지르려고 한 모양인데 그 사람도 초보라 빠르지도 않으면서 기다리지 못해 앞서기는 했는데 위험하게 코앞에서 수영하고 있다. 아니 중간도 아니고 끝에서 앞지르다니 서로 걷어차이면 어쩌려고 저러는 것일까. 당황한 나는 물을 먹고 허우적거렸다. 이러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하면서 두어 번 팔과 다리를 저어 간신히 수영해 끝에 다다랐다.
누군가 보려는데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사과도 않고 사라진 것이다. 어차피 의도치 않는 것이니 상관없다 내가 더 조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끝 쪽에 수다 회원들이 너무 많고 진로를 방해하는 곳에 위치한 사람도 있어 옆으로 붙어 달라고 요구한 다음 다시 수영했다. 수영자끼리 거리 두기가 되지 않으면 사고 날 위험이 크다.
그 끝에 계속 수다 중인 두 사람이 계속 나를 보며 뒤집어 있는데 붙잡아서 물먹고 어쩌고 하면서 웃어댄다. 아니 이 상황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인가. 나는 무서웠는데 구경하듯 수다하는 그들의 표정이 뭔가 알 수 없다. 머물고 있을 수 없어 출발했는데 집에 오는 내내 나를 의도적으로 설마 공모해서 물 멕였나 싶다.
진로를 막고 있던 좀 더 젊은 여자가 자기들끼리 뭔가 신호가 오고 가는 듯 서로 아는 것 같고 그 여자가 나를 물 멕인 것 같은 표정이다. 좀 만족하는 듯 숨기는 듯 안 숨기는 표정이 좀 의아했다. 아직 사람들 속도나 행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고 조심하고 있는 중이고 두 번째 배영이라 엄청 조심해서 내가 크게 실수한 것 없는데 이상하네 싶었다.
기다리면서 떨기 싫어서 5분 정도 유아풀에서 발차기 연습하다 나갔는데도 샤워를 기다려야 했다. 아니 70 넘은 노인네들이 힘도 좋다. 뭉쳐서 사람을 은근히 골탕 먹이다니 그들의 수다 때문에 골이 울릴 정도인데 친해질까 봐 무섭다.
요즈음은 이상한 이기주의가 많아서 그냥 피하는 것이 상책일 때가 많다.
일부러 물 멕인 것 같지는 않은데 상황이 이해가 안 되고 있다.
하루 쉬고 다음날 갔는데 같은 현상이 또 생겼다.
이번에는 아예 배 위까지 뭐가 올라와서 정말 놀랐다.
뭐야 하면서 손으로 그 머리를 밀어냈다.
지켜보는 안전요원도 어떤 제지나 제스처가 없다.
황당하다. 끝에 몰려있는 사람들 얼굴을 보니 그중 방금 수영한 듯 상기된 살짝 얼굴이 보인다. 저번에 보았던 그 수영자이다. 설마 했는데 그 사람 같다. 일부러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있다. 사과도 안 하니 알 수 없고 직접 본 게 아니니 심증만 가지고 피해야 할 사람으로만 체크했다.
그 수영자가 수영하고 있는 내 위로 지나간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앞에 사람이 있으면 손발에 걸리기 때문에 멈추거나 피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나를 누르고 내 위로 가려했다는 것은 어떤 사고가 났을지 도대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꾸 반복될까 걱정이다.
담엔 안전요원을 불러서 물어보고 도움을 받아야겠다.
수영하면서 초보들에게서 인재가 날까 봐 제일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를 배려하지 않게 되면 안전요원이 지켜보아도 사고가 날 확률이 높기에 엄청 조심해야 한다.
수영장에 수영만이 다가 아니다.
두 사람만 모여도 질서를 지켜야 한다.
안전을 위해 양보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