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비가 내린다.
봄비답다.
가랑가랑 오며 가며 내리다 그치다 좀 더 내리고 있다.
따듯하면서도 차가운 바람이 분다.
비와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꽃비가 내리고 있다.
떨어진 꽃잎은 젖은 땅 위를 장식하고 있다.
떨어져도 꽃이다.
주말에 내리는 비는 주말을 아늑하게 해 준다.
인적 드문 공원길을 꽃구경하며 빗소리를 음향 삼아 걷는다.
뒤늦게 산책 나온 강아지 몇 마리가 비를 맞으며 가고 있다.
집에 가면 샤워하고 포근한 잠을 자겠구나 싶다.
한잔하고 영화 한 편 보면서 푸근하게 자고 싶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시선을 자꾸 끌어낸다.
그 많던 비둘기도 비를 피해 어디로 날아갔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같이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털북숭이 몸이 조랭이떡 같다.
내리는 빗소리에 모든 소음이 삼켜진 듯 아늑하다.
이대로 쭈욱 비가 밤새도록 내렸으면 좋겠다.
우산 위로 떨어진 꽃잎이 살랑살랑 바닥에 내려앉는다.
작은 꽃잎들이 우수수 바람에 휘날리니 꽃눈 같다.
질 때도 이쁠 수가 있다니.
추락하는 노년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