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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보기

본능인가

by 오순

며칠 더울 정도로 기온이 상승하더니만 며칠 또 기온이 하강하여 바람마저 쌀쌀하다. 오랜만에 달달하고 따끈한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고 있다. 단맛이 너무 강해 느끼하긴 하지만 블랙커피 마시며 과자를 곁들여 먹는다고 생각하니 마실만하다.


카페 창문 너머 어떤 젊은이가 운동화 한 켤레를 등받이 없는 벤치에 올려놓고 서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 당근 마켓을 하는 것일까 짐작해 본다. 완전 새것처럼 하얀 운동화이다. 몇 번 안 신고 팔려고 그러는 것일까. 통화를 하더니 잘 안되었는지 운동화를 들고 가버린다. 제스처가 잘 안 된 것 같은 태도이다.


감기로 인해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라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니 몸이 풀린다. 아침 수영 갔다 온 뒤끝이라 가만있으면 다시 몸이 냉기가 돌기 때문에 따뜻한 곳이나 물이 필요한데 무료 공원 카페에서 믹스커피는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다.


가장 저렴한 믹스커피를 우아하게 홀짝이며 창밖을 계속 내어다 보고 있다.

강아지 두 마리를 유모차에 싣고 공원에 와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여자가 보인다. 카페 창문으로 우연히 몰래 바라보는 풍경이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분명 강아지들은 내려서서 자기 발로 바닥을 짚고 걸어 다니고 싶을 것 같은데 아직 꺼내 놓을 때가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눈요기만 해주려고 데리고 나온 것인지 사진촬영 산책인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산책을 시켜주었으면 싶다.


창가 구석자리를 고수하고 싶었는데 어느 젊은 수험생 남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험생이 왜 여기서 공부하는지 사정은 모르겠으나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가 아닌가 싶다. 오가며 몰래 보니 재무 실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회계사나 뭐 그런 고시생이 아닌가 혼자 짐작하고 있다. 그림 그리고 있는데 오며 가며 훔쳐보면 다 느끼기에 방해가 되고 신경질이 나기도 했는데 나도 훔쳐보고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몰래 보는 것 아닌가 싶다.


상대는 모르고 자신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몰래 보기는 꽤나 만족도가 있다.

하긴 몰래 보기는 웬만한 공간 내에서는 신경이 예민해져 상대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돌아볼 때 안 본 척 딴청을 피우며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무사하다.


자신의 눈에만 안 띠면 그만이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사방이 카메라투성이라 모든 곳에서 몰래 보기는 가능하다.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어진다. 아마도 인간의 본능 속에 위험을 감지하기 위한 용도로 몰래 보기가 새겨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것을 변태처럼 활용하면 범죄가 되겠지만 들키지 않는 한 무의식적으로도 우리는 몰래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몰래 보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니 참 불편해진다. 그래도 자유로운 행위들을 굳이 번거롭게 긴장하여 위축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창밖으로 본 몰래 본 풍경이 그 사람을 만족시켰다면 그뿐이지 상관이 없지 않겠는가.


무언가 불편한 행위를 하려고 주위를 둘러보고 침을 뱉는다던가 휴지를 버린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자기 시야에 보이는 사람이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둘러보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선가 창가에서 누군가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동물 중에 인간의 시야가 가장 좁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못 보면 남도 못 본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시야이다.

몰래 보기는 본능일까 사회적 변태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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