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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연유한 감정일까

모르겠다

by 오순

발가락을 드러내놓고 있는 것, 맨발이 드러나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녀는 발에 대해 민감할까. 발톱이나 손톱을 공공연하게 깎는 것도 더럽게 느껴진다. 그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런데 그녀만 혼자서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이들의 발톱과 발가락, 맨발의 드러냄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그녀는 이유를 모른다. 그 감정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왜 예쁘다거나 시원하다거나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거부감이 드는 것일까. 발은 양말 속에 있어야 하고 신발 속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맞선 자리에 운동복 입고 나타난 무뢰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독 발에 민감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그녀의 어디선가에서 나타나는 감정들이 그녀를 당황스럽게 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무심히 나타나서 당당하다 못해 폭력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에는 감정이 따로 자신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몸을 빌어 표현하고 있으니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자신이 이유를 모르는 자신의 감정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연유된 감정인지 몹시 궁금하지만 대부분 그냥 무심히 그 감정에 지배되어 살아간다. 또 다른 감정들도 주입된 것인지 순수하게 그녀만의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연유가 없다면 굳이 감정이 느껴지기는 할까.


감정이란 살면서 어떤 트라우마에 부딪쳤을 때 생기는 것들일까. 비슷비슷하고 대형사건이 아니면 거기서 거기인 것들에 휘말려 일상을 살아가는데 그 많은 것들 속에서도 트라우마는 형성될 것이다. 오히려 기억될만한 대형사건들이 아닌 소소한 것들이 쌓여 트라우마를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북카페에서 지나가는 길목에 앉은 수험생이 다리를 자신의 반대편 의자에 올려놓았다. 다리가 길어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의자밖으로 발이 튀어나와 있다. 오가면서 눈에 심히 거슬린다. 보통은 의자 위에 발을 올려놓는 것이 누군가 앉을지도 모르는 의자를 더럽히는 꼴이라 하지 않는 짓이다. 만일 꼭 올리고 싶으면 보통 사람들은 의자를 밀어서 발이 보이지 않게 요령껏 올려놓는다. 그런데 저 수험생은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모르는 것인지 상관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인지 눈에 띄는 저 두 발모가지가 거슬리고 별로이다.


이해가 안 되면 무시한다고 결론 내버리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계속 신경이 거슬린 것이었을까. 나와 상관없이 자기 편할 대로 뻗은 그 수험생의 발에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은 나의 시야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냥 그의 시야에 내가 포함되지 않았을 뿐 의도되지 않았을 것이 뻔함에도 신경이 계속 쓰인다.


저기 발 좀 내려주실래요 거슬려요 하고 말할 상황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일에 집중이 안 되어서 일수도 있고 내 시야를 확보하려는 독점욕일 수 있고 그냥 오늘 지금 이 시간이 싫어서 일수도 있다. 예의는 갖다 붙이기 딱 좋은 핑계인 것 같다. 예의 없다 생각하면 알려주고 싶어진다. 무심하다 싶으면 괘씸해진다. 어차피 못 본 척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구시렁대고 있다. 그러다가 잊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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