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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행

시샘

by 오순

경쟁 거리가 아예 되지도 않는 친구 놈이 우리들 모임에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왔다. 사십이 넘어가는 중년에 젊음이란 생명수와 같다. 모든 것을 잃어도 젊음만은 되찾고 지옥까지 끌려가더라도 고수하고 싶은 욕망이 출렁이는 고개 숙인 나이대이다.


차라리 그 여자가 술집 여자이거나 이혼녀이거나 아주 못생겼거나 몸이 한두 군데 불편하거나 지능이 모자라거나 했으면 그러면 그렇지 그러니까 저 놈하고 사는 거겠지 하고 한 수 내려다보며 받아줄 수 있었을 것이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어차피 친구 놈은 자랑거리로라도 내세울 만한 새로운 것도 없는 놈이라서 털어봤자 먼지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 놈의 여자를 슬쩍 추행해 보기로 했다.


술 몇 잔 마시지 않아서 취기도 거의 없었는데 일차에서 이차로 옮겨가는 길에서 취한 척 그녀의 목덜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꼼짝 못 하는 그녀가 바둥바둥 거부하는 것을 한참 동안 누르고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친구 놈들도 보고서 못 본 척 내버려 둔다. 그 친구들의 아낙들 역시 모른 척한다.

간신히 그를 뿌리친 그녀가 그를 벗어나서 그를 무심히 올려다본다. 감정이 없다. 그녀는 왜 이러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일 뿐이다.


그녀의 그 눈빛이 그를 남자로도 보지 않는다는 것을 그에게 말해준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더라면 그녀의 젊음을 시샘하며 남자의 본능이라도 느껴보았을 것인데 괜히 남자랍시고 추행을 해 못난 자신만 드러낸 셈이다.

그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젊음이 그를 더 볼품없게 만들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를 비롯한 모임의 모든 친구 부부들이 그렇게 그녀를 시샘하고 있었던 것이다. 추한 늙음 들이다. 그녀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없음에 자신감이 더 떨어진다. 그 친구 놈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눈치도 없는 복이 터져 넘쳐나는 놈이다.


그렇게 서서히 그놈의 그녀는 우리들의 모임에 불참석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불참에 대해 형식적인 안부만 물을 뿐 그 누구도 미안해하거나 챙김이 없다. 그녀의 참석이 불편한 것이다.


얼마 가지 못해 헤어질 것이라 여겼는데 그녀는 그놈과 아들딸 낳고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었다. 경제적 능력도 거의 없는 놈 옆에서 가장 역할까지 도맡아가며 살아가는 그녀가 안쓰러울 뿐이다. 그녀를 위해 놈팡이 같은 그놈에게 일자리라도 주선해 주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을 한결같이 가족부양을 하던 그녀가 그와 이혼을 했다. 그 친구 놈은 시샘을 감춘 친구들의 동정을 먹으며 눈치 없이 잘 살고 있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샘이 없는 것인지 그 친구 놈은 그럭저럭 여전히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천하태평이란 저런 것인가. 노력보다는 타고난 기질이 태평스럽다고 해야 할 놈이다. 그의 복은 오는 것 받아들이고 가는 것 막지 않는 소심함이 아닌가 싶다. 크니 작으니 의미가 무엇이든 불평하지 않는 그놈을 보며 절대 도태되지 않을 적자생존형이란 생각이 든다.


그놈은 그렇게 친구란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고 우리는 그놈을 옆에 두고 우월감을 느끼며 공존하고 있다. 특별한 것도 없으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격지심에 가득 차 비슷비슷한 냄새를 풍기며 살아가는 중년들의 모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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