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공원을 산책하는 데 잡초들을 전동제초기로 드르륵드르륵 잘라내고 있다. 기술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한 번에 긴 효과를 보려고 그러는 것인지 땅까지 파헤쳐져 한마디로 잔디밭은 처참한 모습이다. 짓이겨진 풀냄새가 진동한다.
풀이 풀피를 흘리는 것 같다. 볼성사나운 작업을 보며 눈살이 찌푸려진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곳까지 기계를 들이대는 바람에 산책하는 기분을 잡치게 만든다. 강제로 머리를 깎인 죄수처럼 듬성 등성 쥐 뜯어먹은 모양새가 영 보기 싫다.
달려가 작업자의 작업을 저지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다. 누군가의 지휘인지는 모르겠으나 항의하고 싶다. 풀 하나에도 생명처럼 정성 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가장 보기 좋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저 일로만 보고 밭을 매듯 패대기 쳐지는 모습이 공원의 자연스러움을 망가뜨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지 일손이 가해질수록 망가져가는 공원을 보며 분개하고 있다.
잡초지만 이름이 있고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를 부르고 생명을 부르는데 그것들을 마구잡이로 쓸어내는 것이 휑뎅그레 남은 빈 땅을 보며 그냥 놔두지 하는 맘이다. 아무 때나 나뭇가지를 잘라버려 제때 무성하게 싹과 꽃을 피우지 못하고 듬성듬성 이 빠진 노인네 같다.
늘어져야 할 버드나무 가지가 없어 몽달이 나무처럼 되어 이제 조금씩 싹을 내고 있다. 앙상한 나무들을 보며 참 아프겠다는 생각이다. 드문드문 겨우 꽃 한두 개씩 피워 내는 나무의 노력이 가상하기 그지없다.
자연의 모습을 잃고 매번 인공적으로 잘라져 다듬어져 가는 공원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어느 구석에서 인지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사라졌다. 일률적으로 외국산 꽃을 줄지어 심어 놓는다. 인공적인 모습이 잠깐 이쁘기도 하지만 가공적인 맛에 기쁨은 반감된다.
공원답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인공적인 것은 가볍게 살짝 터치만 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편하게 자연과 어우러져 산책하고 싶다. 인공이 아니라 자연이 그립다. 꽃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하는 작은 숲을 원한다. 마음대로 하지 말고 좀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세척된 무우처럼 다듬어진 파처럼 농산물이 아닌 가공물이 되어가고 있는 공원을 바라보며 마음이 언짢아진다. 공원이 있어야 사람이 있는 것이지 사람만을 생각한다면 공원이 아니라 그냥 꽃밭일 뿐이다. 듬성듬성 꽃밭이 되어가고 있는 운동 장이다. 정원도 아니다. 산책할 공원으로 되돌려 주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