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까 생각일까
꿈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의미할까. 현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의 연장선일 뿐일까. 가끔 꿈속에서의 일이 현실에서보다 더 현실적이게 실감 나는 경우가 있다. 자고 일어나 기억나는 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기억을 못 해서 그렇지 인간은 자면서 수많은 꿈을 꾼다 한다.
활동하는 시간만큼 인간은 잠을 잔다. 잠을 자는 그 시간 동안 꿈을 꾼다면 과연 그 꿈은 그냥 허상일까 실재하는 것일까. 현실에서 기억하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의 정신은 꿈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몸은 아주 미력하게 숨 쉬고 뒤척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소리도 지르기도 하고 소리가 꿈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꿈속에서 만의 소리이다.
꿈속에서 돈다발을 받았을 때 그것이 꿈이라는 게 제일 아쉬웠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나쁜 사람에게 쫓기는 꿈을 꿀 때는 그것이 현실이 아닌 꿈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꿈은 논리가 거의 없고 비약과 변화가 빠르다. 그런데도 그곳에 있다는 느낌만으로 용납하고 살고 있다.
꿈이 안개처럼 잡히지 않는 것이라면 현실은 논리가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는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것도 어쩌면 편하게 그렇게 규정하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사건이나 사고가 났을 때는 논리적이라기보다 비논리적이고 뒤늦게 그것을 합리화하고 논리적으로 규정할 뿐이다.
우리는 생각 속에서 사는 것일까. 진짜 현실 속에서 사는 것일까. 아니면 꿈속에서 현실을 분리해 사는 것일까.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 고통이나 고민도 생각하기 나름일까. 아니면 진짜 나의 생각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원인과 결과를 생성해 내는 것일까.
어젯밤 꿈속에서 본 반려묘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다. 죽었기 때문에 이젠 없다고 생각하고 나의 마음속에서 생각날 때만 떠오르는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는 현실보다 더한 현실적 모습이었다. 고양이가 눈물을 저렇게 흘릴 수도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고 있었다. 두 눈을 꼭 감고 우는데 눈물이 계속해서 비어져 나와서 맨손으로 닦아주고 있는 손이 다 젖을 정도이다.
이 얘가 진짜 고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의 반려묘라는 확신이 들었던 마음이 나의 고양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30프로나 들었다. 실수할까 봐 그냥 한쪽 의심을 밀어내고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 깨었는데 뭔가 고양이가 아닌 사람고양이를 만난 기분이다.
나의 반려묘가 노환으로 곁을 떠난 지 이 년째이다. 그동안 마지막 떠날 때 곁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과 반려묘의 노환의 증상을 세밀히 숙지하고 배려하지 못한 회한이 그득해서 항상 마음이 저렸었다. 그래서 이년 만에 꿈에 울면서 나왔나 싶기도 하였다. 그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꿈속에서 그 의심은 무엇일까. 느낌은 확실한 것일까. 꿈이 확실할까. 생각으로 만들어낸 꿈일까. 모든 것이 흐리멍덩하다. 그래도 회한 속에 있는 마음을 뒤집어 볼 수는 있어 좋다. 그에게 잘 가라는 말을 마음 아파 제대로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안 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현실과 상관없이 내 마음속에서 구현한 것들일까.
꿈속에서 오랜만에 본 반려묘는 울고 있었지만 그 우는 것이 내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 슬피 울 상황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울어대는 것인지. 자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문을 닫았다고 울고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반려묘는 거실에 있었다. 완전 밖도 아닌데 두 눈 감고 울고 있는 모습은 생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라 낯설기도 했다. 삐지거나 성질을 내던지 비비대며 야옹거려야 했는데 울고 있다니 그것도 펑펑.
그렇게 눈물을 닦아주다 깨었다. 아니 울다가 깨다니 달래어지고 먹는 것이라도 보면서 깨든가 뭐가 그리 급해 벌써 꿈에서 깨어난 것인지 허탈하기 그지없다. 눈을 마주 보지 못해 너무 일찍 깨어버린 꿈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진다. 나의 반려묘가 맞는지 쓰담쓰담도 못해보고 깬 것이 다시 꿈속에 안 나타나면 어쩌나 싶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녀석을 꿈속에서 마저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다니. 성급한 나의 성질이 꿈속에서마저 나를 책망하게 한다. 내 꿈이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