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고양이

시간은 조용히 흐른다

by 오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기온이 많이 상승하여 한낮에는 이젠 여름처럼 덥다. 모두들 점심을 먹고 올라가는지 노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느릿느릿 포만감을 안고 공사장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 중간쯤에 사람들이 드물게 오가는 방향 중간쯤에 누군가 항상 길고양이 사료와 물을 갖다 놓은 게 보인다. 길고양이가 언제 와서 먹는지 계속 살펴보지 않는 한 밥 먹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가 있으니 그곳에 밥과 물을 놓는 것이겠거니 했다. 자주 보다 보니 어느 날은 밥 먹는 고양이가 보여 신통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고양이는 밥을 먹고 어딘가로 갔다. 그런데도 밥그릇과 물그릇은 오랫동안 그곳에 거의 항상 있었다. 아마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왔다 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없고 까치가 날아와 그곳에 있는 사료를 먹고 있었다. 까치는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경계하듯 사료를 재빨리 물고 좀 떨어진 곳 바닥에 물고 온 사료를 떨어뜨리고 다시 주워 먹었다. 수시로 경계를 하며 물도 먹고 사료도 한 알 먹곤 하였다. 좀 경계하듯 까치는 몇 발자국 통통통 걸어가더니 다시 내려와 사료를 물고 바닥에 내려놓고 주워 먹었다.


밥을 먹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사람이라면 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까치가 고양이를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고양이가 지나가도 상관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안 보이는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는 까치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좀 의심스럽다. 길고양이가 주인인데 그 밥을 훔쳐 먹으며 길고양이는 강 무시하고 주인도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싶다.


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가면 까치는 정말 죽을 둥 살 둥 목이 터져라 짖어댄다. 동료들까지 불러와 이 한 마리의 고양이를 거의 요절낼 듯 무리 져 소리로 쪼아댄다. 가끔은 직접적으로 고양이 가까이 푸드덕 날아가 쪼기도 한다. 머리 특히 귀와 눈 사이에 상처를 입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데 까치가 공격했나 싶다.


나무 위 고양이는 진짜 진퇴양난 갈 곳이 없어 그냥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려 있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까치들은 더욱더 짖어댄다. 도망갈 곳이 있어야 도망치기라도 하지 그렇게 몰아세우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지. 쥐도 도망갈 곳을 보고 몰아세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되려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상대를 향해 공격을 한다는데 벗어날 길이 없는 고양이는 엎드려 있는 수밖에 없다.


간혹 어떤 기척에 까치들이 푸드덕 좀 떨어진 곳으로 날아오르면 그때 잽싸게 고양이는 그곳을 벗어난다. 그런 기회마저 없으면 까치들의 맹공격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저러다가 큰 눈이 쪼이겠다 싶다. 왜 그렇게 까치들은 집단으로 고양이를 괴롭히는가 했더니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하여 그러는 거라 한다.


아니 까치들 자신의 영역이 그리 중요하면 고양이 영역도 중요한 것 아닌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그렇게 몰아세우면서 고양이 영역에는 왜 수시로 드나들며 밥까지 훔쳐먹는 것인가. 그런 자기 맘대로의 자유는 어디서 근거한 법칙인가 싶다. 양심도 도덕심도 법 준수도 모르는 까치가 아닌가. 까치는 고양이의 천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까치에게 독재를 행세하고 있다. 까치 자신이 피해자인양 하면서 동료들까지 불러 모아 몰아세운다.


몸집은 까치보다 고양이가 더 크지만 숫적으로 밀리는 것인지 목소리 크기로 밀리는 것인지 고양이는 까치에게 밀리는 게 가끔 보인다. 까치들이 난리라도 난 것처럼 요란스레 짖어대면 그곳에는 항상 거의 고양이 한 마리가 꼼짝 못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인기척이나 다른 기척에 까치들이 경계하듯 조금 물러나면 그것이 고양이에게는 구세주가 되는 것이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몸집 크기나 목소리 크기가 아닌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할 일이다.

누가 독재자인지 공존자인지 세밀히 지켜보아야 한다. 까치는 절대 피해자가 아니다. 고양이가 절대 가해자도 아니다. 그 둘은 공존할 수도 있는 관계이다. 고양이는 자기가 남긴 밥을 까치가 훔쳐 먹어도 내버려 둔다.


수많은 정보와 목소리들로 뒤섞인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서두르기보다는 조용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도 자유를 지켜내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요란하다고 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조용하다고 해서 나약한 것도 아니다. 시간은 조용히 있어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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