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
요새 이상하게도 한 치의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스케줄이 꽉 찬 사람처럼 마음이 바쁘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도 소화시킬 겸 공원을 산책할 때도 발걸음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걷기를 마치고 그다음 일을 하기 위해 빨리 가야 하는 것처럼 발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삐 가고 있다.
마음이 내 몸에 있지 않다. 어딘가로 향해 가버린 것인지 몸만 남아 부지런히 걷고 있다. 무엇을 봐도 스쳐가 버린다. 새들이 묘한 자세로 지저귀거나 특이한 무늬의 길고양이가 지나가도 다음에 사진 찍자 하며 지나쳐간다. 지나가면서 당장 지금 사진을 찍지 않고 왜 다음에 찍으려고 하지?
후회할 텐데 왜 미루는 것이지? 나 바쁜가? 바쁘지 않은데 특별히 정해진 시간 내에 할 일도 없고 약속도 없는데 왜 바쁜 걸까? 나를 놔두고 나 혼자 바쁜 내가 보인다. 이건 뭐지? 나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하지만 발걸음 여전히 바쁘게 가고 있다.
보고 싶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 뒤늦게 인지된다. 한 번은 뒤돌아서 다시 제자리에 와 보았으나 이미 새들은 날아가고 없다. 내 발걸음이 너무 빨라 내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현상일까. 판단도 하기 전에 지나가버리니 왜 그리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일까.
마음을 어디 다른 곳에 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챙겨 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몸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아니 몸이 저 먼저 가버린다. 아무리 몸이 중요하다 하지만 마음은 챙겨야 할 것 아닌가. 왜 마음을 내팽개쳐 버리고 혼자 가는 거냐. 바쁜 것도 아닌데. 성과물 없다고 징징대니 마음을 버려두고 가버리는 것인가.
몸은 이미 지쳐 쉬고 싶어 그리 바삐 가는 것인가. 마음이 도착했을 때는 몸이 이미 지쳐버려 있다. 쉬고 싶은 몸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따로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작업하러 나가면 머리는 텅 비어 있고 마음은 보물이라도 찾으려는 듯 박박 긁어 보지만 아무 수확도 없다.
마음은 왜 몸을 배려하지 못하는가. 왜 징징대기만 하는가. 징징댄다고 보석이 나오나. 몸은 왜 매번 지쳐 있는가. 정말 쉬지 못해서 지친 것인가. 도망치느라 지친 것인가. 둘이서 대화를 해보는 것이 어떨지. 배려가 없으면 대화는 할 수 없지. 공감을 못하면 배려가 뒤따르지 못하지.
몸과 마음은 하나이지 따로따로가 아니라고. 그렇게 분리되어 따로 노니 두 배로 힘들어진 것이지. 빨리 가고 싶어도 조금 참고 기다려 마음과 같이 가면 어떨까. 어차피 빨리 가 보았자 삼사 분 일게 분명하고 지나치게 빨리 가면 힘이 더 들어 쉬이 지치지. 같이 노닥노닥 가다 보면 도착할 것이고 쉬엄쉬엄 왔으니 지치지도 않을 것 아니가.
마음도 성마르게 재촉해대지 말고 지긋이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하길. 서로의 속도에 맞춰 가다 보면 언젠가 함께 한 기쁨의 성과가 있지 않겠나. 오늘도 바삐 가려는 발길을 붙잡고 천천히 가라고 말한다. 성과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 징징대려는 마음 보고 자제하라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즐거운 작업이 되었으면 한다.
어떤 날은 실패하고 어떤 날은 잘 되기도 한다. 잘 되는 날이 있어 계속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