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ADHD 상황으로

멀티태스킹

by 오순

인간은 한 번에 몇 가지의 일을 할 수 있을까. 사무실에 모니터 두 대 이상을 펼쳐 놓고 있다. 거기에 노트북도 열어 놓고 그리고 핸드폰도 그리고 PDA까지 펼쳐 놓는다. 책상 위에 기기들로 가득 차 있다. 저렇게 많은 화면들을 언제 다 들여다보고 있을까. 작업에 집중이 되기는 하는 걸까.


하나씩 둘러보기만 해도 삼십 분은 휘리릭 지나갈 것 같다. 화면 하나만 바라보기에도 버겁지 않을까. 여기저기 조금씩 들여다보려면 시간을 수시로 쪼개어야 되지 않나? 그렇게 쪼개진 시간들에 얼마만큼의 집중도를 실을 수 있을까? 집중해서 일을 마치려면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 기본적인 시간이 충족되지 못하면 일을 마치지 못하지 않을까.


일을 마치지 못하고 다른 화면으로 이동하고 또 그렇게 이동하고 이동하다 보면 결국 일을 여러 가지 벌려 놓기만 했지 해결하거나 완료된 것이 없다. 일은 다 마치지 못했고 시간은 멈춰 있지 않다. 근무시간을 초과해 야근을 해야 일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머리는 폭죽 상태이다. 진행은 순조롭지 못하고 이것저것 신경은 분산되어 집중이 되지 않아 끝이 나지 않는다.


일을 한 번에 여러 가지 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벌려만 놓은 것이다. 일을 한 게 하나도 없다. 그 많은 시간을 쓰고도 시간이 부족하여 일을 마치지 못한다. 장시간 일에 매달리다 보니 만성 피로에 두통이 생긴다. 한 번에 하나씩만 하면 이미 끝났을 일을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어지럽게 일을 벌여만 놓았다.


집중해야 마무리가 된다. 집중력은 한 번에 하나에만 적용된다. 한 번에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 집중력이 쪼개져 혼란이 일어난다. 화면은 하나만 보자. 한 번에 하나씩 하자. 그게 일이다. 벌려 놓았다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처리했을 때가 일이다. 생각도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해결되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게 된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다 넘어져 발목이 나갔다. 핸드폰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없다. 신호등이 깜박거려 냅다 달렸다. 입구 턱에 걸려 그대로 엎어졌다. 들고 있던 핸드폰 액정이 깨지고 온몸 여기저기 까이고 멍이 들었다. 왜 달렸는지 모르겠다. 아프고 창피하다. 한 번에 하나만 했으면 사고는 면했을 것이다.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아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가 어렵다.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써야 되는데 하고, 글을 쓰다 보면 그림을 그려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것에도 저것에도 빠져들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고 있다. 많은 시간 수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완성된 것은 없고 방전된 머리는 멍하다.


욕심이 ADHD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만족감 없는 욕망이 하고 싶은 것들을 노예노동으로 만들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만 하면 경주마처럼 달려 골인할 줄 알았다. 한 곳을 향해 달리지 못하면 골인은 없다. 여태 이루어놓은 것이 없으니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 것이다. 손안에 아무것도 쥐지 못하였다. 스트레스만 온몸을 휘감고 있다.


모든 것들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젊음이나 희망 그리고 행복 그리고 사랑 등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것들이 허울처럼 느껴진다. 땅이나 하늘이나 바람이나 나무처럼 구체적인 것들이 오히려 실속 있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바람이 되고 싶고 하늘이 되고 싶고 나무가 되고 싶다. 나의 욕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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