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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이 있어야

아줌마가 동네북인가

by 오순

공원 카페에 도착했다. 처음엔 가방의 짐을 꺼내다가 소리가 좀 났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씨~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기분이 상해서 책이며 노트북이며 필통이며 물건들을 더 소리 내어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사납게 ‘아줌마~’를 부른다.


시끄러워 죽겠다며 물건을 왜 던지냐는 둥 하대하듯 명령조로 말한다. 나도 모르게 일이 초 뒤돌아보다가 '그러는 그쪽이 더 시끄럽다'라고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랬더니 또 '씨~'하며 뭐라고 욕을 한다. 그래서 '어디서 씨를 붙이고 지랄이야'하며 들리듯 말듯하게 나도 다시 중얼거렸다.


오늘은 또 다른 놈이 아줌마를 불러댄 것이다. 아줌마가 어디 동네북이던가. 아무렇게나 소리치며 불러대게. 무슨 머슴 부르듯이 불러댄다. ‘에라 이놈아, 너나 아줌마 해라’ 하는 심정으로 돌아본다. 뭔 개소리를 짓거리나 싶어서 돌아보니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서 관 가까이 다가앉을 놈이다. 갈 곳이 뻔한 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면서 방금 와서 잠깐 짐 푸는 사람의 소리가 시끄럽다고 씨자 붙여가며 소리 질러대는 것이 너무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빡빡 씨가 계속 욕을 하는 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반응을 거세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나온다. 나 자신 좀 흥분한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점잖은 척하면서 본인만 위하는 짓거리를 뻔뻔스럽게 해대서 신경이 거슬리고 있었는데 저 빡빡 씨가 걸려든 것이다. 저들은 도대체 알지도 못하는 아줌마 부를 때 왜 하대를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그런 식으로 부르면 쳐다보지 말자. 쳐다보는 것 자체가 대답하는 것이고 그런 막돼먹은 태도를 받아들이는 꼴이 되니 무시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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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일상에서 다가오는 삶을 풀어보고자 하는 오순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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