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기

고양이와 집사의 언어

by 오순



다윗!

어디 가니?

화장실?

밥 먹으러?

물 먹으러?

바깥 구경하러?

창가에?

서로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귀를 쫑긋하며 반응해 주는 다윗...

할 말도 별로 없으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건

아마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마음...






나는 집사이고 다윗은 내가 키우는 고양이다.

다윗은 야옹거리고 나는 말을 한다. 다윗은 고양이 언어를 나는 사람 언어를 한다.

서로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말하며 나름 이해하려 애쓴다.

'밥 먹었니?, 숙제했니? 준비물 챙겼니?' 등 내 아이들한테 하듯이 별 의미 없는 것들을 묻는다.

'다윗! 어디 가니?, 화장실?, 밥 먹으러?, 물은 먹었니? 화장실 좀 엔간히 뒤집어라? 먼지 너무 난다'등 내가 말하면 다윗은 가던 길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며 커다란 귀를 쫑긋거린다.

그 모습이 내 말을 듣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도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아마도 언어만 같을 뿐 그 속에 부여한 의미가 서로 달라서 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중 언어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늬만 같고 뜻하는 바가 다르면 같다고 할 수가 없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달라 때로는 오해와 불신으로 다툼이 생기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한 아이는 영어로 한 아이는 한국어로 말하면서 놀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언어는 달라도 뜻하는 바가 같아 소통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양지바른 골목길에 가면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에 열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자 자기 이야기하느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되는 것인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끔 말싸움까지 한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데 상대가 없거나 특별히 중요하지 않으나 그냥 말하고 싶을 때 나는 가끔 다윗과 이야기를 한다. 내 맘대로 말해도 쓸데없다거나 귀찮아하지 않아 편하다. 심심한 기분이 좀 나아지고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든다. 소통한 것은 아니지만 말하고 싶었고 편하게 말해서 좋았다.

말이라는 것은 꼭 소통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너와 내가 있으면 된다. 너도 말하고 나도 말하고 그러면 편할 때가 있다. 제삼자가 볼 때 좀 뜨악할지 몰라도 둘은 그렇게 소통하는 것이다.

상대를 나한테 맞추어 이해시키려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소통은 해야 되기 때문에 언어는 필요하다. 교차점이 없이 평행선을 그릴지라도 그것도 소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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