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가 큰 개를 향해 짖다
산책하던 강아지가 잔디밭에 놓여 있는 눈 뭉치를 향해 짓고 있었다. 일정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짖다가 쳐다보고 다시 짖었다. 강아지의 키보다 조금 큰 눈덩이를 보고 짖는 것이었다. 그 눈덩이를 자세히 보니 엉성하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었다. 주인을 지키려고 짖는 것인지 놀자고 짖는 것인지 헷갈린다. 눈사람도 하얗고 강아지도 하얀 털이라서 동족 같아 보인다. 계속 짖어도 꼼짝 않는 눈사람이 이상한지 강아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이 펑펑 내린 날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나 보다. 엄청 못생긴 작은 눈사람이었다. 그래도 눈을 뭉쳐 만드느라 고생 좀 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아 줄 만했다. 어렸을 적 눈이 내리면 하늘거리는 눈을 잡으려 뛰어다니고 받아먹으려고 혀를 내밀어 보기도 하며 신나게 놀았었다. 그러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이면 눈사람 만들겠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눈은 생각보다 모래처럼 따로 놀아 잘 뭉쳐지지 않았다. 손만 더 꽁꽁 얼어붙어 포기하고 눈 뭉치 던지기를 했었다.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아예 주저앉아 짖어대는 강아지를 뒤로 한 채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산책 나온 개들 중 작은 개들이 큰 개를 보고 엄청 짖어대는 것을 자주 본다. 겁이 없는 것인지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인지 큰 개를 향해 앙칼지게 짖어대는 작은 개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큰 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짖고 있는 작은 개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다. 큰 개가 쫄보라서 조용히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작은 개가 엄청 용맹해서 공격적으로 짖는 것 같지도 않다. 작은 개는 큰 개를 보고 자기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큰 개는 자기를 향해 짖어대는 작은 개를 보고 자기가 그 작은 개 보다 더 작은 개라고 생각하지 않나 싶다. 물어볼 수는 없기에 어이없는 이 상황을 혼자 풀어 본다.
사회생활에서도 실력 없는 인간이 남의 실력을 무시하거나 그 위에 잽싸게 올라타 자기 것인 양 소란을 피운다. 그저 자기 그릇만큼만 자신의 눈에 상대가 보이기에 용감무쌍한 짓을 하는 것이다. 남을 알기 전에 자신을 알아야 남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얼마나 작은 지를 모르고 위험하게 덤비는 작은 개처럼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자신의 손아귀에 상대가 들어오지 않으면 의심을 하고 그 의심을 확신으로 몰아가 위해 주위를 동원시켜 상대를 힘들게 한다. 어떤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기 위해 근거를 만들어내려고 모든 에너지를 동원한다. 참 한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보다 못해 누군가 나서서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 주어도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편을 갈라 적군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우리 고전에 무학 대사가 이성계에게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해서 이성계의 무지를 일깨워줬다 한다.
내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내가 부처인지 돼지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큰 개인지 작은 개인지 알 필요가 있다. 작은 것인가 큰 것인가로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크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바른 행동을 할 수가 있다. 내가 나와 상대를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다고 큰 개에게 무조건 숙이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알고 있으면 상황에 따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그 작은 개가 큰 개를 향해 짖을 때 주인을 지키려 그러한 것이면 용감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개들의 마음은 모르겠으나 내 눈에 비친 동물의 세계는 나름 나에게 미소를 자아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