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연휴를 푹 퍼져서 보냈다. 연휴 끝나고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여기저기 쑤셔댄다. 근육통으로 자다 깨다 하며 뒤척이었다. 뒤척이다 보니 여러 꿈을 꾸었다.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엇이 속상한지 울고 있고, 울고 있는 외할머니가 불쌍하다며 우는 어린 동생을 달래면서 큰 아이도 같이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이들을 달래고 어머니를 다독이는데 어머니 얼굴이 갑자기 내가 키우는 첫째 고양이 얼굴이 되었다. 아이들도 내 아이들 얼굴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속으로 고양이 얼굴의 어머니가 내 어머니라 느끼고 모르는 얼굴의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라 느끼고 있었다. 여러 꿈 중에 이 꿈이 제일 선명했다.
꿈에서 깨어나니 한밤중이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이 뒤숭숭하니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있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려고 이러는 것인가? 내가 뭘 잘못했나? 좀 더 참고 좀 더 배려했어야 했나? 전 남편이 어디가 안 좋은가? 요즘 전 남편이 카톡질(전 남편은 카톡 가족 방에 어디서 가져온 정보인지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건강이나 뉴스 등을 수시로 올린다. 아이들은 귀찮고 짜증 난다며 한 명은 아예 카톡 방을 나가버렸다. 난 그래도 글이 올라오면 잘 지낸다는 소식쯤으로 여기고 안심하고 있었다.)을 하지 않는 것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한참을 이리저리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것 같은 걱정만 잔뜩 하고 있었다.
이건 오지랖이다. 그것도 슈퍼급 오지랖이다. 전 남편은 태생이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일순위로 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전 남편의 점점 강해지는 자기애 때문에 결혼생활 내내 외롭고 힘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혼자서도 잘 살 것이라는 안도 하에 이혼을 결심했던 기억이 났다. 전 남편은 가족을 배려하고 책임지는 데는 젬병이었다. 그는 자기를 무척 배려하기 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긍정적으로 잘 사는 타입이었다.
실제로 이혼을 해보니 정말 잘 살고 있었다. 잘 챙겨 먹고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좋게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 스타일이었다. 이혼하고 전 남편이 홀로 서지 못하고 아이들한테 짐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 이혼했다고 해서 원수는 아니기에 긴 세월 살아온 정도 있고 아이들도 있어서 간간이 소식을 서로 알리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여러 가지 건강식을 찾아 먹고 운동도 하고 자신의 용돈도 벌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 오히려 나랑 살 때 보다 자유롭고 편해 보였다.
오히려 내가 외로워서 혼자 살지 못하는 타입이다. 사람이 없으면 사는 재미가 없어 무료해지는 타입이라고 해야 되나. 그렇다고 엄청 사람을 좋아해서 밀착하는 유형도 아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사람 옆에서 사람의 반응을 보고 즐겨야 되는 소심한 스타일이다. 나는 혼자 있으면 외골수로 빠지는 스타일이고 전 남편은 책임질 필요 없으니 편하게 사람들과 적당히 놀 줄 아는 스타일이다. 이젠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 결혼생활은 부부의 책임감을 서로 나누어 짊어지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이혼은 당연한 종지부였고 그렇게 각자의 삶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정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아 나도 모르게 이혼한 전 남편을 무슨 모자란 자식이라도 되는 양 걱정하고 있는 모양새이었다. 이 무슨 오지랖인가. 한밤중에 꿈자리 뒤숭숭하다고 뒤척거리며 오만가지 걱정거리 불러들이고 있는 내가 어이없었다. 꿈이 뒤숭숭했던 것이 아니라 내 오지랖이 내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 것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한밤중 감정에 휘둘려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고 결심하니 어느새 자고 있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꿈이고 뭐고 아무 걱정이 없었다. 한낮에 갑자기 어젯밤 태산 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뒤척거리던 내 감정이 생각났다. 다 쓸데없는 것이 걱정이다. 오늘은 나를 위해 사는 연습을 더 해보자. 솔로로 돌아온 나의 생활에 새로운 나의 길을 찾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