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간만의 외출

by 오순

한 달여 만의 외출이다. 그동안 동네를 산책하거나 마트에 가는 정도의 간단한 외출은 했지만 거의 한 달이 넘게 외출다운 외출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동생들과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셨다. 간만에 단장하고 나가려 하니 무엇을 입어야 할지 몰라 꾸물대게 되고 막상 집을 나서려니 무언가 잊어먹고 챙기지 못한 듯 이리저리 마음만 분주해졌다.


가스를 잘 잠갔는지, 전기제품은 다 껐는지, 지갑은 챙겼는지, 핸드폰은 진동으로 놓았는지, 애완동물이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베란다로 가는 문을 조금 열어 놓았는지 등등 두어 번씩 확인해도 뭔가를 놓친 것 마냥 불안하다. 나가기 전 현관 문 앞에서 집안을 다시 휘휘 둘러보았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주문하듯 ‘괜찮겠지. 뭐.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버스로 20분 거리에 서너 시간이면 돌아올 텐데.’라고 나 자신에게 중얼거리며 문을 잠그고 나왔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나갈 준비를 시작했는데 막상 출발하니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아슬아슬할 것 같다. 다행히 5분 전에 도착했다. 뭔가 어색한 듯 내 몸은 밖의 세상에 적응을 못하고 겉도는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승차하는 사람이 지나가며 쳐다봐도 내 모습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자꾸만 내 모습을 훑어보게 된다.


저번 외출 때는 준비해 다 해놓고 마스크를 집안에 놓고 나와 않아 당황했다. 그것도 한참을 걸어가다가 알게 되어 다급히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샀었다. 오늘은 다행히 마스크는 착용하고 나왔다. 자꾸 긴장하니 숨이 가빠지고 마스크 안이 후덥지근하고 답답하다. 마스크 쓰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숨쉬기 더 힘들어 벌써 마스크 안이 축축해지고 있다. 코로나 19가 길어져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어 있다지만 나 같은 백수들은 집에만 있어 마스크가 편하지가 않다.


백수로 오랫동안 집에 있다 보니 그 생활에 익숙해졌나 외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나의 백수 생활도 길어졌다. 세상에서 도태된 것 마냥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것처럼 나에게 오늘의 외출은 어색하기만 하다. 막상 만나서 먹고 수다하다 보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벌써 적응이 되었는지 어기적거리던 불편한 마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외출하려고 집에서 출발할 때는 세상에 다시 합류 못할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와 도로 집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밖에서 두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상 속에 자연스럽게 부유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왜 그렇게 불안해했을까? 왜 그리 소심해졌을까? 나가는 게 싫어서 핑계 대고 나가지 않았으면 불안했던 마음 이겨내려 애쓰다 하루를 소진하고 말았을 것이다.


집안에서 너무 자유분방하게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집 밖에 나가서도 흐트러진 모습이 보일까 봐 불안했던 것일까? 아마도 어느 정도의 긴장 속에서 쿨한 사회적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 모습이 준비가 안 되어서 불안하지 않았나 싶다. 두세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동안 잊고 있던 사회적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 밖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두 가지 정도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자기만 알 수 있는 자기의 본래 얼굴과 또 하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얼굴이다. 그래서 본래의 자기를 자제하고 사회적 얼굴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급 피로해져 몸부터 침대에 던져 눕게 된다. 집에서는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어 긴장이 풀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배우가 배역을 맡은 얼굴과 본래의 자신의 얼굴이 따로 있는 것과 같다. 이 두 얼굴을 잘 조율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잘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난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난 사회생활을 길게 하지 못하고 중간중간 나로 돌아가기 위해 일하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쉬어 주어야만 한다.


집에 오니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기분이 좋을 것을 보니 오늘은 사회적 얼굴과 본래 내 얼굴이 조화를 잘 이루었나 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 본모습과 사회적인 내 모습이 거리 두기를 잘한 듯하다. 하긴 가까이 접한 사람이 편한 사람들이었으니 사회적 얼굴을 많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 핵심이긴 하다. 그래도 사회에 나갈 자신감이 조금 생기긴 했다.


너무 오랫동안 사회적 모습과 동떨어져 지내다 보니 사회에 편승하는 것이 불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자주 접해야 할 것 같다. 사회와 가정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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