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줄다리기

by 오순


초등학교 운동회날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하얀 체육복을 입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그 비슷비슷한 많은 아이들 중에 내 아이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이 나를 발견하고 먼저 달려와서 안겼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싸가지고 간 점심 도시락을 혼자 먹을 뻔했다.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나 싶을 정도로 학교에 대해 퍽이나 낯선 나에 비해 다른 엄마들은 학교에서 인지도가 높아 서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보통은 학교 전체나 학년 또는 학급 회장 또는 부회장 어머니 아니면 수시로 학교에 봉사하고 자주 행사에 참여해서 그런 어머니를 먼저 알아보는데 비해 일 년에 한두 번 나타나는 난 내 아이들로 인해 인식된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 학교이지 엄마들의 학교가 아니라며 될 수 있으면 학교에서 부르지 않으면 거리를 두기로 한 덕에 아이들 학교에 열성인 엄마들의 비난하는 듯한 눈총을 좀 받았다. 오랜만에 학교에 온 엄마를 본 내 아이들은 기가 살아서 팔팔 날아다녔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아이를 챙기는데 내 아이들은 나를 챙기고 있었다.


무심한 엄마 때문에 혹여 그동안 기죽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였다. 두 아이의 길다면 긴 초등학교 시기를 보내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거쳐 갔다. 그중에서 한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에게 문제가 없으면 학부모는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은 부모로서 내가 너무 방관했나 하는 죄책감을 상쇄시켜 주었다. 아이들 학교에 가면 위축되고 자신 없었는데 위로가 되었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엄마가 온 아이들은 엄청 목소리가 힘찼다. 간혹 엄마가 오지 못하거나 할머니가 따라온 아이는 기가 죽어 있는 게 내 눈에도 보였다. 엄마가 오지 못한 친구를 불러서 같이 점심을 나눠 먹었다. 상처 받을까 봐 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친구를 불러 같이 먹었다. 아마도 엄마를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아이들이 나눌 줄 아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어 뿌듯했다.


운동회가 끝날 때까지 응원하며 기다리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들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어쩌다 밀려서 참여했는데 막판에는 나도 모르게 승부욕을 발휘해 손바닥이 까지는 것도 모르고 줄을 잡아당겼다. 그 덕에 빨랫비누를 한 장 받아 왔다. 구경만 하다 참여하니 엄청 재미있었다. 상품까지 받으니 더 신났다. 그제야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 운동회를 한 것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떠들며 집에 돌아왔다.


운동회는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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