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덕 네 덕
목요일쯤 되면 피곤이 급증한다. 출근시간에 비어 있는 교통 약자석에 앉았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잠이 들었나 보다. 뭔가가 입에서 흘러내라는 것이 느껴져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눈을 뜨지는 않았으나 본능적으로 침이 흘러내리려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입술을 오므렸다. 다행히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거의 흘릴 뻔한 것이다. 한마디로 입을 헤벌리고 침 흘리면서 자는 모양새가 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지라 마스크가 모든 것을 가려주었다. 마스크가 없었으면 당황하여 누가 나의 이 흉한 모습을 보지나 않았을까 진땀이 났을 것이다.
한편으론 웃음이 나왔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변해가는 나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마스크 덕분에 남한테 들키지 않아서 안심하고 나를 즐길 여유가 생겼다. 역지사지라고 이젠 침까지 흘리면서 자는 사람의 피곤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잠깐이지만 단잠을 잠을 잤다. 그것으로 됐다.
드디어 주말이다. 늦잠을 자고 싶은데 거의 출근 시간대에 눈이 떠진다. 몸이 길들여져 있었다. 술에 취한 김유신 장군을 그의 천리마가 늘 가던 기생 천관에게 데리고 갔다 하여 단칼에 천리마를 베어버렸다는데 그 독한 마음에 공감하기보다는 천리마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더했던 기억이 있다. 몸이 무슨 죄인가 내 마음이 죄인이지. 자유롭지 못한 내 마음을 따라 천리마처럼 길들여진 내 몸을 토닥이는 수밖에.
기왕 일어난 김에 매일 하던 루틴처럼 그 대신 좀 더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고양이들 화장실 치워 주고 먹을 것 주고 차 한 잔 하며 고양이들 등을 쓰담쓰담하고 있다. 길들여진 내 몸 덕분에 주말 휴일을 늘어져 보내기보다 일찍 일어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것도 나름 괜찮다. 중간에 졸리면 한숨 낮잠을 즐기면 된다. 휴일이니까.
비까지 내리시니 글도 쓰고 책도 볼 수 있어 좋다. 옆에서는 고양이가 널브러져 그르렁거리며 자고 있다. 나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도함보다 관심 종자에 더 가깝다. 집사가 자기만 바라봐 주고 곁에 있어야 편안함을 느끼는지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며 문 열라고 잉잉거린다. 귀찮아서 아예 문 열고 볼일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가 남의 집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하늘도 요즈음이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인을 알고 있는 것인지 주말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좋은 봄날에 나가고 싶어 근질거리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주는 역할을 봄비가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감사한 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