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내 분신이었던 자전거 추억

by 최순자

아침 8시 30분경이다. 서울 도심에서 본 광경이다. 긴 머리를 나부끼며 찬바람을 가르며 도로 갓길을 달리고 있다.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점퍼를 입은 작은 체구의 중년의 여인이 가볍게 페달을 밟고 있다. 출근 시간에 늦은 듯 바삐 핸들을 돌리며 골목을 빠져나오는 젊은 여성이 있다.


모두 아침에 업무를 보기 위해 본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반가움에 내 얼굴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퍼지고, 마음이 환해졌다. 이유는 나도 줄기차게 자전거를 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내 통학, 통근과 함께한 세월이 무려 9년 정도 된다.


내가 처음 자전거를 배운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우리 집에는 큰오빠만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식구들 저녁 먹을 시간에 몰래 큰 오빠 자전거를 동네 어귀의 넓은 길로 끌고 나와 아직 서툴러서 안장 위에는 앉지 못하고, 안장 아래에 발을 넣고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 타기를 연습했다. 넘어지기도 수십 번,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 안장 위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아버지께 나도 자전거를 사 달라고 했다. 그래서 걸어 다니던 왕복 20여 리 길을 자전거로 통학 할 수 있었다.


이후 내가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된 것은 그로부터 15여 년이 지난 동경 유학 시절이다. 1995년 4월 유학으로 갔던 동경에서 놀랐던 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도심에도 까마귀가 많다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까마귀가 ‘까악 까악’ 거리며 울었다. 그래서 사전을 펼쳐 까마귀가 무언지를 알아봤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두 번째로 놀랐던 각 전철역 근처에 놓여 있는 자전거의 수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전거가 있었다. 자전거로 전철역까지 오고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나도 자전거를 사서 통학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장소도 오갔다. 학교까지 왕복 1시간 40여 분을 자전거로 다니기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었다. 일본은 비가 자주 온다. 비 올 때는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오른손잡이인 내가 유일하게 왼손이 더 능숙한 것은 자전거 타기인 연유이다.


어느 때는 잠이 부족해 자건거를 타고 앞에 장애물이 있나 없나를 보고, 잠시 눈을 감고 달리던 일도 있었다. 식사 시간이 없을 때는 한 손을 핸들을 잡고 김으로 만든 삼각 김밥을 먹으며 가기도 했다.


7년간의 동경 생활 때 자전거는 내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시절이었다. 마지막 박사 논문을 마치고 두고 온 대학의 기숙사에 자전거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주인인 내가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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