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죽음은 역설적이게 삶을 생각하게 한다

by 최순자

주야,


지인의 소개로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에 독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단다.

이전에는 7시 30분에 시작했으나,

오늘부터 7시 10분으로 앞당겼다.

모임은 9시 조금 전까지 진행한다.


오늘은 김완 작가의 '죽은자의 집 청소'였다.
진행자는 2021년 1~4월까지의 개인, 직업적으로

나를 기분좋게 한 일을 말하게 했다.

병영 독서코칭 강사가 됐다는 분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게 된다.

이 책은 ‘고독사’ ‘자살’ ‘범죄 현장’ ‘동물 사체’ 등

눈에 띄지 않는 청소를 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가 쓴 책이다.


작가는 "어질러진 것을 치우고 비운다.

그 점에서 내가 하는 일도 식탁 치우기와 다를 바가 없다.

식탁 위에 차렸던 것을 주방으로 옮기듯

그저 집에 있는 것을 끌어모아 집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매일 지구상의 모든 가정과 식당에서 일어나는 식탁 치우기는

내 일과 본질적으로 같다(134p)"라고 한다.


죽음은 일상이고,

그 일상과 함께 하는 삶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그가 어떻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작가는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 현장을 경험한다.

나는 그의 일본 생활 경험이 죽음을 그리 멀리 않게 여기는 이유가 되리라 본다.


내가 아는 일본 심리학 교수가 타계했다.

명절 때 나를 댁으로 초대해 주시고

바닷가에 있는 학교 연수원으로 가족끼리

여행도 해주신 분이다.

몇 해가 지나고 일본에 갔다가 고인의 자택을 찾았다.

사모님은 교수님의 유골함을 방안에 모셔두고 있었다.

그만큼 죽음을 가깝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가 계속 그 일을 하는 것은

작가에게 그 일은 글을 쓰기 위한 장치이고,

일은 곧 치열한 작가정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염쟁이 유 씨'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유 씨는 "죽는 것 무서워 말어, 잘 사는 게 더 힘든 거야."라고 한다.

그렇다.

지금 살아가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고 했듯이,

순간순간 충실함이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시인 김수영은

"죽음은 준비될 때 존엄하다."고 했다.

2010년부터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리 하는 장례식'도

그에 해당되리라 본다.


나는 아마 자연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근거는

외할머니가 94세에 식사를 하시다 숟가락을 놓으셨고,

올해 88세인 어머니가 아직 정신이 건강한 것이다.

나도 큰 잔병치레 없이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독서하며, 글쓰고, 상담하며, 강연하는

하고 싶은 삶 살다가,

내 정신이 건강할 때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과

조촐할 자리를 마련하여 미리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

그 자리에 참석한 누군가가

나를 화장한 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 속에

나를 그물에도 걸리지 않을 바람에 맡겨주기를 바란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발명품이며,

죽음을 생각하면,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고 했다.

죽음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역설적이게 삶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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