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좋아하는 여행지에서의 결혼식은 어떨까?

by 최순자

주야,

오늘은 결혼식장에 대한 단상이야.


“왜 강북이냐, 화려한 강남에서 하지 않고...”


어느 교수님께 결혼 전, 신랑과 인사를 하러 갔더니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 이 얘기를 듣고 그분에게 실망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소박한 교회당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었으나, 신랑이 하객들을 생각하자는 제안에 예식장에서 치렀다.


결혼식으로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장면은 배우 원빈의 결혼식이다. 5년 전 그는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을 스무 살까지 안아 준 고향 밀밭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신부와 손을 잡고 밀밭에서 나와 "태어나고 자란 땅 위에 뿌리내린 경건한 약속을 기억하며 굳건한 나무처럼 살겠다."라고 다짐한 서약문을 읽는 게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하객으로는 가족과 친구 등 40여 명이 참석, 함께 국수를 삶아 먹었다고 한다. 고향의 자연 속 결혼, 작은 결혼식의 울림은 크게 다가왔다. 영화 '맘마미아'에서 밝고 발랄하고 당찬 소녀 소피는 외딴섬의 백합꽃 만발한 언덕 위 작은 예배당에서 결혼식도 인상 깊었다. 들꽃으로 엮은 화관을 쓰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결혼식으로 기억된다.


오늘 강남 모 호텔 야외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다녀왔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1단계로 내려가 식사 장소만 인원 제한이 있고, 식장은 무한정이라 했다. 식사 대신 와인과 떡을 답례품으로 받았다. 귀갓길에 생각했다. 앞으로 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좋아하는 여행 장소에서 소박하게 치른다면 어떨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에서 치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듯이 고창의 청보리밭이나, 완도의 청산도 구들장 논둑이나, 보성의 녹차밭 등에서 말이다.


내가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면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내 고향 영암 월출산 기슭 어디쯤에서 해 보고 싶다. 신령스러운 바위라는 지명처럼 산 기운을 받아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은 아름답다.


네 생각은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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