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국제영아보육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일본 유학 시 선배가 상해 화동사범대학 취학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초대해주었다. 한국의 영아보육에 대해 발표를 해달라고 했다. 이 분야의 권위자는 아니지만 이런 연고로 발표를 하게 됐다. 당시 학술대회장에서 놀란 것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한 자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각 지역마다 한 자녀정책을 총괄하는 담당부서가 있다고 한다. 학술대회에 지역별 한 자녀정책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모두 참석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각 나라 발표자에게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나중에 메일로도 알아보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알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100년 단위로 세계를 움직이는 축이 동쪽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19세기에는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거기서 동쪽으로 이동하여 20세기에는 '팍스 아메리카', 다시 동쪽으로 이동하여 21세기에는 '동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구나 군사적으로 대국인 중국의 존재를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중국의 힘을 국가적 차원에서 영아보육부터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읽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영유아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었다. “정부지원이 늘어나면 특강비, 자료비, 차량비, 앨범비 등 다른 방법으로 원비 대체가 되는 것 같다.” “추가비용이 많다. 정말 무상교육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다.” “정부에서 지원은 하지만, 유치원에서 다른 이름으로 교육비를 더 요구한다. 결국 유치원 배만 불려주는 것 같다.” “22만원을 지원 받지만, 교육비 추가로 4만원과 식비 4만 5천원을 내고 있다. 무상교육이 아니라 교육비 일부 보조가 아닌지? 추가 교육비가 없어야 하지 않는지?” “특별활동비는 연말정산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활동도 정부에서 운영 관여해 주길 바란다.” “병설은 유아 한 명당 70만원 이상이라고 하는데 병설은 통원버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다. 가정으로 똑같이 지원되었으면 한다.” 이와 같이 추가비용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보육료 지원 방식에 대한 바람 이외에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온 엄마들의 의견으로는 “응급처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이 실행되기를 바란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실시해 주길 바란다.” “영아들이 시설을 이용할 경우, 1 대 1이었으면 한다. 유아의 경우도 원아수를 줄여주면 좋을 것 같다.” “보육교사는 대학에서 충분한 시간 갖고 전문가로 양성하도록 해달라.” “제3 부처를 만들어 유보 통합을 해주었으면 한다.” “교사들이 도중에 그만두고 고용보험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교사 학기초 임용제를 도입하라.” “사이버 교사 배출은 고려해야 한다.” “시설 인가시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만 허가해줘야 한다.” “장애아 지원의 경우, 현재 의료보험 공단에서 한 병원에 한해 3개월만 지원을 해주고 있다. 병원을 옮기면 다시 지원을 해준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시 검사 받고 치료를 받는다. 계속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일관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많다. 이에 따른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등이었다.
또한 K시에서 2011년 10대 가출청소년이 살해돼 야산에 암매장 된 사건의 주인공을 잘 알고 있는 제보자는 피해 청소년은 일찍 엄마 없이 자랐고, 아빠는 알콜 중독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사망, 고모집에서 지내다 가출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알려왔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에 대한 복지정책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추가비 납부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원비 인상률 상한제를 실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영유아기 교육은 정치공학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영유아기는 인간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모든 아동이 제대로 된 보살핌과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중요한 시기의 아동을 잘 기르는 것이 국가경쟁력임을 인식하고 정부차원에서 부모 교육, 시설운영자 교육, 교사 교육 등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해 주길 바란다.
인간의 발달을 연구하는 발달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 발달의 초기인 영유아기가 매우 중요하다. 아니 태아 때부터 중요하다. 신체, 운동, 정서, 사회, 언어, 인지 등 모든 인간발달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때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심신이 건강한 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
한국은 영토도 넓지 않고, 지하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문화적 상상력을 갖춘 건강한 국민이 자원이다. 국민이 건강하려면 인간 발달의 토대기인 영유아기부터 제대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일회적 관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아동보육이 국가경쟁력임을 인식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법을 제정하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 월간지에 기고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