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아동들에게 운동장과 모래놀이터를 제공하자

by 최순자

아동들에게 운동장과 모래놀이터를 제공하자


영국 시인 T. S. 얼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그가 말한 잔인함은 결코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잔인함이 아니다. 마른 땅에서 새싹을 키워내는 생명의 강인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한민국 4월은 참혹하고 잔인했다. 배를 타고 제주로 가던 3백여 명이 사망, 사상, 실종된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꽃도 피워보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는 거짓말 같았다. 사고 첫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침몰한 배에 갇힌 채 바다에 잠긴 어린 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찾지 못한 그들이 기적처럼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일본에서는 배의 안전 기간은 10~15년으로 보는데, 일본 해운회사에서 18년이 된 배를 구입했다. 게다가 사람을 더 싣기 위해 배 뒷부분에 객실을 증축했다. 배를 건조할 때는 무게 중심을 고려해서 만들 것이다. 그런데 새로 만들게 되면 분명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배에 실은 화물은 잘 묶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황상 제대로 묶지 않았을 것 같다. 화물양도 적정양을 초과해 실었다. 비상 시 바다위에 펼쳐져야 할 구명정은 펼쳐지지 않았다. 배의 사용기간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린 법의 개정은 설비가 노후된 배를 운항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선장은 대타로 들어간 계약직이었고, 항해사도 신입사원이었다.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은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자신들은 빠져 나와 살아 남았다. 물로 학생들을 살리고 자신의 목숨을 건 승무원도 있었다. 관할 관제소는 제대로 배의 동태를 살피지 않았다. 관리감독을 맡은 기관에서는 안전 점검에서 문제점은 지적했으나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았다.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는 한 가지 사건 전에 29가지 징후가 있고, 그 이전에 300가지의 징후가 있다는 것(하인리히 법칙)을 발견했다. 대형 사고를 예견하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게다가 정부의 위기 상황 대응 대책이 시스템화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제와서 선박 실소유자에 대한 세무조사 등 각종 비리 조사는 사후약방문이다. 지금까지 뭐하고 이제 와서 조사인지. 이와 같은 기업이 얼마나 더 많을지 알 수 없다.


일본 후구시마 원전 사고 때 위험 지역에 근무하던 젊은 유치원 여교사의 얘기를 그의 지도교수로부터 들었다. 위험하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라는 권고가 내려졌으나, 등원하는 어린이가 있는 한 떠나지 않겠다고 했단다. 여교사는 지도 교수에게 "두렵습니다. 그러나 각오했습니다." 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각오했다는 것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각오했다는 의미이다. 이제 막 스물을 넘은 젊은 여교사는 자기의 일에 목숨을 건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이 한꺼번에 표출된 인재이다. 희생자와 유가족에게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힘내라고 전하고 싶다. 우리들은 누구를 탓할 것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 각자 선장이다. 내 인생의 선장이요. 가정과 일터에서도 선장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임하자. 주어진 일에 목숨을 걸자.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안전행정망 구축, 민관 협착 고리끊기 등 구조적 문제를 혁신해 주길 바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람에 이는 잎새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 서시 전문)"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공간이예요." "한 시간 이상 놀고난 후 교실로 들어가자고 하면 벌써요라고 응석을 부려요." 사회공익재단 부설 구립어린이집을 견학했다. 옥상 놀이터를 둘러보던 중 모래놀이터를 두고 만 5세반 담임 선생이 들여준 이야기다. 옥상 놀이터에는 대근육 놀이 공간, 모래놀이터가 있었다.


견학 중 사진 촬영은 금지하나 꼭 하나만 허락하겠다고 했다. 나는 모래놀이터를 촬영했다. 재단 어린이집 설립과 운영 총괄자에게 우리나라에 더 확산시켜야 할 공간이므로 강의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또 인터넷상 공개와 공유도 요청했다. 승낙을 받았다. 파트장은 옥상에 모래놀이터를 둔 것은 쥐나 고양이 배설물 등으로부터 모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내가 유학한 일본에서는 운동장에 모래놀이터가 있다. 활동시간이 끝나면 비닐커버를 덮어 위험물이나 배설물로부터 보호한다.


유학 중 영유아교육 현장 환경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이 있다. 넓은 운동장과 모래 놀이터였다. '우리 아이들도 저런 곳에서 실컷 뛰어놀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대부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넓은 운동장을 가지고 있다. 모래놀이터도 있다. 모래놀이터는 자유롭게 뭔가를 만들어 부담없이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공격적인 성향을 줄여줄 수 있게 된다.


영유아기는 뇌발달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뇌중추는 감각신경과 더불어 운동신경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신체운동 활동은 중요하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뇌의 활동이다. 우리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뇌의 명령에 의해 가능하다. 영유아들이 맘껏 뛰어놀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운동장과 모래놀이터를 제공하는 시설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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